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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솔 Jul 26. 2024

오후의 햇살이 비친 것

사진출처: pixabay

늦은 아침 눈은 떴지만 아직 누워있는 상태에서 

머릿속이 복잡하다

     

무엇을 먹어야 맛있게 먹지

냉장고엔 뭐가 있지

     

아이들 밥을 주려면 언제 준비를 하지

내 일을 하려면 어떻게 시간을 잘 쪼개서 사용하지 

    

아이 한 명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자

나도 모르게 일어나 주방으로 나와 있다   

  

냉장고에 있는 채소와 

냉동실에 있었던 김밥용 햄을 꺼내고

왔다 갔다 냉장고와 싱크대에 재료를 넣고 빼고 

부침개 반죽과 김밥 주먹밥을 만든다   

  

감기에 걸린 터라 혹시 음식 만들며 바이러스를 옮길까

마스크를 끼고 약간 몽롱한 상태에서 

뇌회로를 바쁘게 움직이며 

손도 빠르게 귀에 꽂은 이어폰의 소리도 한몫하며 

음식을 만들어 식탁 위에 올려놓고

저녁에 이어 부칠 남은 부침개 반죽을 냉장고에 넣어 놓았다

     

이제 아이들은 제 기호에 따라 

식탁에 있는 음식을 먹든지

제 취향에 따라 곁들여 먹든지 

재창조하여 먹든지 

새로운 것을 먹든지 할 것이다 

    

나 또한 내 기호에 따라 식사를 하고 

나의 일에 집중한다

모처럼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를 한 번에 끝내고 

나의 일을 좀 여유 있게 할 시간이 생겼음에 마음이 좋다   

  

몇 시간이 흘렀나 

방학을 맞이한 아이 둘 중 

한 아이가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자기 방에 들어가서 무언가를 한다

한 아이는 나름 식단조절로 이른 저녁을 먹겠다고 

식탁에 있는 음식을 자기의 기호에 맞게 가미하여 먹으며 

맛있다 좋다의 만족스런 감탄사를 쏘아 올린다  

   

일을 멈추고 베란다 건조기에서 

마른빨래를 거실로 옮기며

갑자기 마음이 넉넉해진다


장마 가운데 내리쬐는 햇살이 

젖은 대지를 말끔히 말려주는 

뜨거움이 가득한 오후의 기운 속에

모락모락 아지랑이처럼 감사함이 피어오른다

     

어쩌면 지금이 가장 행복할 때가 아닐까

세월이 지나 아이들이 독립을 하거나

짝을 만나 새 가정을 꾸리거나

여러 변화들로 지금의 상황과는 다른

새로운 장면들이 펼쳐질 테지

그 어느 날, 이날의 기억이 기록으로 되새김질되며 

짧은 시간 느꼈던 

바쁜 시간 가운데 순간 찾아온

여유로운 넉넉함이 은은한 웃음을 주려나  

   

생각의 끝에 엄마가 생각난다

엄마도 우릴 보고 그랬겠지

그리고 독립시키며 기쁘면서도 한쪽 맘이 시리기도 했겠지

그래도 자식이 있어서 다 키워놓으니 더 든든하고 좋다는 

그 말을 나도 할 수 있길

그러고 싶은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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