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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솔 Mar 21. 2024

네가 없었더라면..

발달된 문물의 이기

몇해 전 친구들의 모임에서 건조기를 써 본 친구들이 하나같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였다.

건조기의 좋은점을.. 그러나 내심 시큰둥하였다. 

'한 번에 세탁과 건조가 되는 것도 아니고,

세탁기에서 빼서 널면 되지 뭐 그리 큰 돈을 주고 살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한 과정만 생략한 것이지 마르면 개키기는 마찬가지일텐데..' 하면서 말이다.

그 후로도 여러 사람에게 같은 말을 듣기도 하였고, 내 마음과 같은 마음을 가졌다가 구입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며 슬슬 마음이 흔들거리던 차에 TV홈쇼핑에서 36개월인가 장기 할부로 건조기를 판매하는 것을 보았다. 매달 크게 부담되지 않는 가격이라 혼자 조용히 핸드폰으로 건조기를 집안에 들였다. 


와우~대박!!

이런 것이 바로 사용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사용한 사람은 없다는 것일까!

세상 이리 편해도 되나 싶었다. 한 과정만의 생략이 아니었다. 말~~~리고의 과정과 빨래 말리는 공간을 얻게 된 효과는 건조기의 먼지와 물을 빼며 몇 년이고 건조기를 만든 누군가를 칭찬하게 했다. 

너무 빠르게 변하는 세상과 문물의 이기에 어느 때는 그 속도감과 변화에 따라가지 못할까봐 두려움이 들기도 하고, 어느 때는 아날로그가 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덧 나의 세상으로 들어온 아니 그것들이 함께 하는 세상 속에서 익숙해 진 것들을 보면 감사가 밀려온다.

어린 시절 냉장고가 들어오며 냉동실에서 얼음을 꺼내는 맛에서 출발하여

세탁기를 돌리며 추운 겨울 냇가에서 빨래하던 시절과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다행스러움과 그 시절을 보낸 할머니와 엄마에게 드리는 감사함,

건조기를 사용하며 습기 많은 여름에도 시간 급한 빨래도 걱정없이 돌릴 수 있다는 놀라움,

쌀을 씻고 버튼만 누르고 다른 일을 하다보면 벌써 갓지은 밥이 되어 있는 즐거움..

아직 김치냉장고를 들여놓지 않고 버티고 있고, 식기세척기의 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매일 마주하는 문물의 이기가 나를 돕는 손길처럼 정감있고 고맙게 느껴지는 건 

나를 세워가는 많은 요소 중 하나로 어느덧 소중한 존재가 되어있다는 것일게다. 

어떤 물건은 사람을 편하게 하고, 시간을 절약해 주고, 신체의 일부를 대신하기도 하고, 즐거움을 주고..

그 너머에 그것을 개발한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정신에도 존경스러움을 표한다. 

생각하다 보니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전기의 소중함도 에너지와 환경의 소중함도 생각하게 된다.

밥을 먹으며 그 밥이 내게 오기까지 모든 과정에 수고한 사람들과 날씨와 환경에게까지 감사를 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새삼 감사할 것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네가 없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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