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왜 친구가 되었을까?
나의 감사한 친구들
7337
전화번호 같기도 하고 비번 같기도 한 숫자
이것은 내 친구들이다.
지금까지 만남을 이어오며 함께 모임을 하고 있는 나를 포함한 친구들의 수이다.
7명 : 초등학교 친구들
3명: 중학교 친구들
3명: 고등학교 친구들
7명: 대학교 친구들
대학을 졸업하고도 몇 년 뒤 컴퓨터와 이메일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을 때인 2000년 전후반 친구만나기 사이트에서 희한하게 나의 기억 속에 있던 초등학교 5학년 친구들을 웹이란 말에 걸맞게 거미줄망처럼 이 줄 저 줄을 타고 수소문하여 만나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6학년때의 친구들을 만나지만 5학년을 마치고 경기도에서 서울로 이사를 간 내 기억 속에 학창시절을 통틀어 가장 재밌게 놀았던 친구들, 모습조차 가물가물했던 친구들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20년이 다 되어 만나게 된 것이다. 그 세월을 뛰어넘은 만남도 놀라웠고, 마치 방과후 학교 한쪽 구석에 쪼르르 가방을 모아 놓고 신나게 놀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만나자마자 자연스러워지는 모습도, 언뜻언뜻 비치는 아이 때의 모습도 신기하고, 어느덧 커서 모두 가정을 꾸리고 어엿한 사회인이 된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서울 한복판 선술집같은 허름하지만 정겨운 식당 작은 방에서 4~5시간을 훌쩍 넘겨가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기억과 제각각 갖고 있는 조각기억들이 마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어우러진 빛을 발하는 시간이었다.
대학을 들어갈 때까지는 가끔 만나기도 했었던 중학교 친구들은 아이들이 조금 더 큰 뒤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한참 자랄 나이라 어설프고 예쁘지 않은 모습의 양갈래 딴 내 모습을 보고 삐삐 같다며 귀여운 눈으로 바라봐 준 친구들, 잘하는 것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푸근하고 멋진 친구들, 내가 특수교육을 전공한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도 좋아했던 친구들과의 만남은 그 시절 풋풋함과 따스함이 느껴졌다.
계속 연락을 하고 지내던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1년에 2번 정도 만나도 어제 만난듯 편하였다. 매일 조잘거리고 또 심심치 않게 편지를 주고 받고 꿈과 고민을 나누고,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고 공연을 보러다녔던 친구들은 성인이 되어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힘이 되어주기도 하는 친구들이 다른 점이 있다면 고등학교 다닐 때는 서로 이해가 되지 않아 싸우기도 토라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른 의견도 이해하고 때로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리며 유하게 만남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렇기에 든 나이만큼이나 마음도 여유있는 우리의 모습이 좋다.
대학생이 되어 만난 친구들인데 이렇게 깊게 맘을 공유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학교 친구들은 많은 것이 비슷하고 닮아있다. 전공이 같고, 동아리가 같고 종교가 같아서 4년 내내 붙어다니고 같이 봉사다니던 친구들은 졸업 후 모두 특수교사의 길을 걷고 있고 결혼도 아이들도 비슷한 시기에 하고 낳고 키워서 바쁜 일상에 주로 방학 때만 보지만 만날때마다 공통 주제의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얼마전 제주도로 대학졸업 30주년 여행을 갔는데 비행기면 비행기, 숙소면 숙소, 이동을 하거나 밥을 먹을 때에도 한시도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어릴 때 어떻게 우리가 친구가 되었을까? 나는 왜 친구들을 기억하고 다시 만나려고 했을까? 친구들은 왜 내게 다가와 주었을까? 라는 질문이 생겼다.
그런데 모임을 하다보니 이래서 좋았나보다. 이런 면이 듬직했나보다. 이런 생각과 마음이 통했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수줍은 내게 먼저 다가오고 이름을 불러주고 격려해 주던 친구들이 한없이 고마웠다. 그 친구들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도 없었으리라! 나 또한 친구들에게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게 된다. 내 인생을 든든히 지켜주던 친구들처럼 말이다.
7337 나에게는 생각만 해도 든든하고 소중하고 감사한 그리고 함께 나이드는 멋진 친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