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양말목 텀블러 가방 만들기 수업을 들었다. 간단해 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어려웠다.
첫 번째 단계는 바닥 뜨기. 강사님의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전혀 가지 않아서 처음부터 좌절감을 맛봤다. 이건 완전 손으로 하는 뜨개질이다. 주변 엄마들도 다들 동공지진 상태였다.
옆테이블 강사님을 붙잡고 겨우 겨우 바닥판을 만들고 나니, 위로 올리는 것은 간단했다. 바닥 뜨기에서 헤매는 엄마를 보고 고개를 내젓던 아이들도 위로 올려 층층이 쌓는 건 몇 번 해보더니 자기가 혼자 하겠단다. 다행이다.
양말목 뜨기에서 중요한 것은 색의 조합이다.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 색을 확보하려고 주변 책상을 스캔하며 다녔다. 나는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색을 가지고 점잖은 색의 가방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아들 하나, 딸 하나, 나 하나 가방을 만들었다.
딸은 밝고 선명한 파스텔톤으로 자기랑 딱 어울리는 가방을 완성했다. 어깨끈까지 직접 골라서 완성하고 바로 착용! '무슨 색을 저리도 많이 섞을까, 정신사납지 않나?'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완성하고 나니 알록달록 귀여웠다.
아들은 네이비와 민트 화이트를 섞어서 작은 바구니모양의 가방을 만들었다. 세 가지 색이 적절히 어우러져 차분하면서도 어둡지 않은 느낌의 모던한 가방이 아들과 잘 어울렸다.
그런데 내 텀블러 가방은 예쁘지가 않다. 완성하고 나니 뭔가 어색하다. 뭐가 잘못된 거지? 너무 맘에 안 들어서 집에 와서 아들이랑 딸에게 의견을 물었다.
"얘들아, 엄마 가방은 왜 안 예뻐 보이지?"
"색이 이상하잖아."
"주황색이랑 회색이랑 잘 어울리지 않아?"
"엄마, 이 주황색은 톤이 너무 밝잖아. 회색은 어둡고. 차라리 어두운 주황색을 사용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리고 바닥에 사용한 밝은 파랑이랑 분홍은 진짜 안 어울려!"
아, 색에도 톤이 있는 거였다. 내 눈엔 내가 고른 색들이 나름 괜찮아 보였는데, 애들 눈에는 어울리는 색과 어울리지 않는 색이 보였나 보다.
'다행이다. 애들이 미적감각은 남편을 닮았다.'
애들이랑 같이 내가 만든 이상한 텀블러 가방을 해체했다. 그리고 다시 만들기 도전! 양말목이 부족해서 예쁘게 만들기는 힘들었지만 애들 덕분에 어울리는 색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