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꿈이 없어요라는 말과 함께
죄지은 표정으로 고개를 떨군다.
재작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회적기업가' 직업 소개를 위한 시간으로
마산의 모 고등학교에 방문했었다.
강의의 도입부에서 꿈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몇몇 눈에 띄는 학생들에게 '꿈이 뭐에요?'라고 물었다.
한 학생이,
"저는 꿈이 없어요"라는 말과 함께
죄지은 표정으로 고개를 떨군다.
있을 수도 없을수도 있는게
꿈아닌가?
강의를 다니다 보면 아이들과 심심찮게 만난다.
늘 꿈에 대해 묻곤 하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꿈을 물으면 '직업'을 이야기 한다.
언제부터 꿈이 직업이었던가?
저는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저는 올해 유럽 여행을 가고 싶어요.
여자 친구랑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어요.
아프리카에 학교를 짓고 싶어요.
작게 혹은 크게
하나만 혹은 많이
있을수도 없을수도 있는게
꿈 아닌가?
청소년들이여 꿈을 꾸어라
꿈의학교, 드림스쿨,
꿈꾸라 세상이 열릴것이다.
등등등
온갖 단어와 문장으로
우리네 교육과 사회는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꿈을 강요한다.
꿈이 있는 사람은 진취적이고 바른 인생을 사는 사람이고,
꿈이 없는 사람은 실패자라는 듯한 이미지를 심어준다.
물론 꿈이 있다는 것은
상상력이 풍부할 수도
목표나 계획이 구체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없는게 잘못된 것인가?
꿈을 꾸지 않는게 죄인 것일까?
제발 안그래도 입시에 치여,
취업과 생활고에 치여 숨쉴틈 없는 그들에게
꿈으로 쪼으지 마라.
어른이라면, 적어도 선생이라고 불리우는 사람이라면,
그들 스스로 실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진 말자.
그냥 그들이 많은 경험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그냥 지켜봐주자.
저절로 커지든가
저절로 사라지든가
일도 잘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냥 지켜봐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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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공항가는 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