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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제게는 많이 소중한가 봅니다.

특수교사의 특부심 가득한 이야기

나는 몇 년간 지독한 소진을 겪으면서

직업에 대한 애착, 만족감이 많이 낮아졌다 생각했다.

한참 힘들 때는 당장 내일이라도 교직을 떠나고 싶었다.

나 스스로에게 이제 교직에는 더 이상 미련이 없다 되새김질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좋은 교사가 되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학부를 5년간 공부했고

졸업과 동시에 임용이 되었을 만큼

학구열과 열정! 그 자체였다.

다시 돌아가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솔직하게 자신 없다. 그만큼 후회 없이 최선을 다 했기에.


그 당시 임용을 보지 않아도 유치원 기간제 자리는 많았고 어린이집의 특수교사가 될 수 있지만

굳이 내가 힘든 임용고시를 택했던 것은

교사로서의 정당한 힘? 또는 권리를 가지고 싶었다.

내가 꿈꿔온 교육을 충분하게 차별 없이 행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었다.


철밥통이라는 교육공무원이 경제적 안정감을 주기도 하지만..

그 외에 오랜 시간 교사로 근무를 하기에는 공립 학교의 교사가 되어 일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꿈에 그리던 임용에 합격하고 신규 교사 연수를 받는  모 장학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유치원 특수 선생님들! 죄송하지만 가시는 길이 꽃 길이라고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 가시밭길일 겁니다. 힘내세요."

 당시에는 나는 왜 이제 막 교직에 온 선생님들에게 저렇게까지 말씀을 하실까 생각했지만 현장에 도착하니 몸과 마음으로 알 수 있었다.

'아하! 이거구나..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알려주신 거였어.'


몇 년 동안 저경력 교사로 여러 차례 고비를 거치며

꾸역꾸역 버티다가 나는 기어이 항복을 외쳤다.

'이제 그만! 아픈 나도 좀 돌보고 싶다. 교사가 내 인생의, 정체성의 모든 것이 아니잖아.'

나를 살리기 위해 더 이상 투쟁할 수 없었다.

더 버티다가는 내가 어디로든 튕겨져 나갈 것 같았다.




그리고 나서부터는 내가 조금 달라졌다고 느꼈다.

교사로서의 책임감은 여전히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지금 내가 가진 열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루하루 버티며 사는 것이 바쁘니깐.




언제 한 번 상담을 하는 데 상담 선생님께서 이런 질문을 했다.

'이제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왜 그만두지 못하는 것 같으세요? 돈? 명예?솔직하게 말해보세요.'


질문을 듣자마자 내 머릿속은 백지처럼 온통 하얘졌다. 무슨 마음인 걸까?

왜인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만 들었다.

잠시 뒤에는 내 머릿속에 온통 우리 반 아이들 얼굴만 떠오른다.

예쁘게 웃으며 아기새처럼 나를 쳐다보고 있는 얼굴들이.

그냥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


때로는 아주 심한 행동 문제들로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몇 시간씩 울기도 하지만

우리 반 선생님이라는 이유 하나로

나에게 많은 사랑과 기쁨을 주는 우리 반 아이들이 정말 소중하다.

물론 나도 많이 주지만! 꼭 주는 만큼 돌아와야 한다는 법이 없으니..


그 아이들과 매일 만나고

다양한 교육활동을 하며 손톱만큼 자라는 성장의 기쁨을 맛보고

충분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직업이

특수교사 말고 더 있을까? 잘 모르겠다.


상담하고 나서 알게 된 반가운 사실,

'나 아직 특수교사 좋아하네..?'


5년을 들여 선택한 나의 직업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좋은 시절, 꾹 참고 학업에 매진한 나의 노력이 아주 물거품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은 위안이 된다.


나중에 어떤 길 위에 서 있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에게 특수교사라는 직업이 소중하다.


'다음 주에는 아이들이랑 뭐 하지? 이거 하면 oo이가 좋아하겠는 데?'

다시 한번 아이들로 내 마음을 채워본다.

아픈 내 마음을 다독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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