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의 패밀리운전

by 너울 손미영

1.화 선후를 만났다

매일 오전 6시 동네 목욕탕에서 사우나 3시간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일과 다. 때론 오후 퇴근시간 후 저녁 9시까지 두 번 하기도 하는 삶이 습관을 잡아가고 있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오전에 못한 목욕탕 생활을 오후에 하고 있다. 나와 같이 암묵중에 생활을 하는 사우나친구들도 오후에 와있다. 그들과 1시간을 수다 삼매경을 누리며 있을 때 이 시간 만큼은 스트레스가 없다. 생각없이 멍때릴 즈음 누군가의 시선이 피부 속을 파고든다. 뚫어져라 나를 바라본다 거추장스런 시선의 옷을 입은 듯 불편해 피한다. 그럴수록 점점 나를 향해 다가온다. 유독 환자처럼 깡마른 아줌마가 훈기를 가르며 다가온 그녀, 눈동자 만큼은 뚫어지게 나를 향한다. 더욱 가까이 다가와 내게 말을 건다.

“어 혹시, 너, 어어 을림이 야 너 을림이 맞지? 을림아 나야 선후!”

“어? 선후 내 친구 선후?”

“그래, 나야 선후”

“엄훠 뭐야 그렇게 연락해도 안 되더니 십몇 년 만에 발가벗고 목욕탕에서 다 만나니”

“그러게” 선후가 활짝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선후야 너 여기 살아?”

“응, 여기 아파트 입주했어”

“그래? 여기 너네 집터에 들어선 아파트 말이야?”

“응, 너는?”

“나야 계속, 한곳에 살고 있지 넌 알고 있으면서 연락을 그렇게 안 하고….”

선후가 깡마른 체구를 탕 속에 깊숙이 밀어 넣는다. 그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세수하듯 밀어올린다. 꼭 닭발처럼 메마른 손, 지방이 쏙 빠져나가 뼈마디가 앙상하게 드러난 손가락, 틈 사이로 붉게 충혈된 선후의 큰 눈이 드러났다. 선후를 그냥 두고 싶었으나 난 인내심을 발휘하기엔 너무도 오랜만이라 물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정신을 가다듬고 선후가

“그렇지”

“너 울어?”

“응, 반가워서”

선후가 눈물을 닦아낸다. 목욕탕의 더운 기운 때문인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선후의 얼굴이 매끈하게 번들거렸다. 작고 마른 체구는 나이가 들어 더욱더 작아 보였다.

“야, 위층이 찜질방인데, 거기서 땀 좀 뺄래? 사우나 좋아하니?”

“응, 좋아해! 나, 이선후야, 깡다구 이선후”

“미친년, 아직 살아있네! 술은 먹냐?”

“술? 헐! 이 나이에 술 안 먹음 살아있겠냐! 특히 복분자 좋아해”

“어쭈 말하는 본새는... 난 소맥”

“을림아 너무너무 보고 싶었다.”

“선후야 나 울고 싶은 거 하~ 따져 묻고 싶은 거 진짜 많아 여기 너네 동네잖아”

“그래, 이젠 아무도 없어 쩌기 공동묘지에 엄마, 아부지만 있지”

“오빠, 언니, 동생들은?”

“큰 오빠 우리 집 다 팔아먹고 지하 셋방에서 말년을 보내고, 큰조카가 미용실 해서 근근히 먹고 살아”

“그럼, 언니는 부잣집으로 시집갔잖아?”

“그런 줄 알았지, 강원도 홍천으로 내려가서 농사짓고 살아”

“뭐? 농사? 농사는 아무나 짓냐?”

“그러니까 아들 둘인데 다 나 몰라라 한데”

“그럼 너 남동생과 여동생은?”

“남동생 나랑 같이 일해, 여동생도 미용실 하는데 암 수술해서 그냥저냥 지내고”

“하휴 집안이 우째 이렇게…. 그럼 너는 도대체 어디서 뭐 해서 먹고 사니?”

“나 동생이랑 청담동에서 부동산 해”

“뭐, 청담동? 부동산? 거긴 부자 동네잖아 한 건만 해도 수수료가 억 소리 나는 곳 아녀?”

“그렇지, 먹고살지”

“애들은?”

“유학 보냈어.”

“둘 다?”

“응”

“우워 대단하네! 역시 이선후 네 팔자 폈네, 근데 너 몰골 좀 봐라. 피죽도 못 먹고 사는 년 같어 뭐 좀 먹어라. 제발!”

“걱정 마, 일부러 뺐어!”

“그럼 할 말 없지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너무 빼지 마라. 네 모습 암 환자 같다.”

“이제 을림이 같다. 내 을림이 히히히 을림아 너는 어떤겨?” 선후가 히죽히죽 웃음기를 보였다.

“빨리도 물어본다. 젠장 듣고 싶음 술사 맨입으로 말 못혀”

“히히히 복분자 가자?”

“복분자? 그래 마시자”
“씻고 나가자 여기 강가 노을 죽이 잖아”

“너네 동네라 잘아네!”

“너무 변해서 남의 동네 같아”

사우나에서 땀을 빼서인지 오랫동안 못 본 친구를 만나서인지 밖의 공기가 상쾌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노을도 마지막 남은 빛을 토해낸다. 나는 마트에서 복분자 한 병과 종이컵 두 개 검정 봉지에 넣고 흔들거리며 선후랑 강가로 갔다. 강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새로난 산책길은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길이 되어있다. 사람들은 뛰거나 걷거나 강아지 끈을 잡고 뛰기도 하며 강 길을 즐기고 있다. 난 언제나 혼자여서 생각하는 시간을 없애려 뛰었던 길이고 선후는 고향의 길이었다.

“을림아, 여기 자주 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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