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잉킴 Apr 14. 2024

신앙심 없는 내가 결혼한 무슬림 남자

인종, 종교, 언어, 국적, 문화 하나도 안 맞는 우리가 같이 사는 법.

어떻게 해야 내가 이 사람과 적절한 의사 표현을 하고,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7년의 연애, 3년의 결혼. 지독하게 싸워도 보고 별거도 해보았지만 이 사람과 도저히 떨어지지가 않는다.

사랑은 정이 됐는지 이제 꾀죄죄한 모습도 귀여워 보이고 그를 떠나려 했을 때 마저 어린아이 버리는 기분에 도저히 떠나지 못했다. 서로 다른 두 세상이 만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보낸다는 건 보통의 인내가 아니고서 선 완성되지 않는 것이었다. 


과연 배신이라 할 수 있을까. 거짓말이라 할 수 있을까.

그는 결혼 전, 단 한 가지 협상이 불가능한 조건을 자기의 종교 그리고 미래 자식의 종교로 확실하게 이야기했었다. 어떤 험난한 길이 우리 앞에 있더라도, 이혼을 하게 되는 결론을 맞이하더라도 그때의 나는 꼭 그와 함께 하고 싶었기에 그 정도 조건이야 큰 무리가 아니었다. 더불어 내가 아는 보통의 사람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었으며 그 내면에 깊은 신실함이 있다는 건 내게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아니 그냥 임자를 만난 거라 하겠다. 그러나 살면 살 수록 그는 내가 본인이 기대한 만큼 서포트해주지 않아 실망이 큰가 보다.


묵묵히 열심히 기도 생활을 한 엄마 밑에서 자라 내게 기도하는 생활이 너무 낯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나는 그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보단 '네가 우리 엄마 정도로만 종교 생활을 했으면 좋겠어'라는 요구가 은근히 있었다. 상대방의 삶을 온전히 존중한다는 건 가능한 일이기나 할까. 


 우리의 대화는 '난 이렇게 자랐는데 넌 어때?'에서 시작했고 '이게 정상이지 그러니까 이렇게 해'로 어느 순간 방향을 틀었다. 타국, 작은 도시에서의 고립된 삶은 "와 진짜 이러다가 정신병 걸리겠다" 싶었다. 


신혼 기간 동안 남편은 우리의 공통점을 찾는데 열성이었다. 공통점이 있어야 이 결혼이 지탱이 된다고, 그냥 나와 함께 종교 활동을 하고 싶다는 말을 돌려서 하나 정도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게 기도 아닐까?라고 순진한 어린아이처럼 말하곤 했다. 어디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질겁할 나였겠지만 내가 많이 좋아하는 너니까 내가 선택한 너니까 이해해 준다. 반면 나에게 결혼이란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니 가볍게, 적당히 예의 바른 베스트 프렌드가 되는 것 그뿐이었다. 

 

거창하게 너무 다른 우리라고 주변에서 말도 많고 우리도 놀라긴 하지만 특별한 건 없었다. 같은 이유로 싸우고 같은 이유로 좋아하는 그런 삶이다. 간혹 우리도 감정이 많이 격해지면 온갖 상황에서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이래서 더 힘들고 저래서 더 까다롭고.. 그러나 그런 건 그냥 순간의 감정으로 접어두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어쩠는 나는 이 결혼에 지금까진 만족하는 부분이 더 많고 잘 유지하고 싶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가 '그렇네' '네 말이 맞아' '내가 실수했네'이 세 가지는 모든 게 용서되는 마법의 말이라고, 남편에게 아내와 화해할 수 있는 말이라고 농담 삼아 말했다. 어느 순간 잘잘못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먼저 자존심을 내려놓고 다가와 주냐의 문제라고 봤기 때문에. 머리 좋은 남편은 슬슬 역으로 내게 같은 걸 요구했고, 팽팽한 자존심 싸움 끝에 한 명이 그냥 부탁하곤 한다. "나 마법의 말이 필요해. 지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