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에서 우연히 옛 직원이었던 수진 씨의 지난 메일을 보고 그때(2004년경)의 직원들과 모습을 갤러리에서 사진을 찾아보았습니다. 다행히 소중하게 몇 장 남아 있었습니다. 영화관에서 찍은 사진, 한옥마을, 북한산등산에서 찍은 사진... 모두 앳되고 풋풋한 얼굴들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젊음 그 자체로 내가 저런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모두 예쁩니다.
한창 충무로 디자인실이 호황기였던 그 시절엔 디자인서적과 아이디어를 위해 이른바 “문화적 충격“을 받는다는 이유로 영화를 많이 보았습니다. “문화적 충격“은 제가 직원들에게 수시로 하는 말이었습니다. 디자이너는 그 “문화적 충격“을 자주 받아야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나의 이론이었습니다.
“문화적 충격“이란 책, 신문, 잡지, TV, 영화, 아이쇼핑, 드라마, 콘서트, 여행 등 모든 걸 보고, 듣고, 느껴야 감각으로 남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문화적 충격“을 많이 경험해야 결국 아이디어로 탄생되는 것입니다.
충무로는 한국 영화의 중심지로, 많은 영화인과 영화 애호가들이 모이는 곳이었고, 마침 사무실이 있던 지산빌딩에 <한국영화인협회>, <한국엑스트라협회>가 있어서 수시로 영화인들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우린 괜찮은 영화가 개봉하면 일하다가 “야! 영화 보러 가자”하며 사무실 문을 잠그고 영화관으로 뛰어갔습니다. 마침 충무로에는 영화관이 밀집되어 있어 스카라극장, 명보극장, 대한극장, 중앙극장, 단성사, 피카디리극장, 세기극장, 국도극장 등이 있었습니다.
특히 스카라극장이 없어질 땐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충무로 영화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극장인데 허물고 새로운 빌딩을 지어 영화와는 상관없는 건물이 되어 스카라극장의 흔적은 아예 찾을 수가 없어졌습니다. 최근엔 1958년에 개관한 대한극장도 팔려 다른 용도로 변경 중이라 해서 섭섭함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모두 1950년대 말에서 60년대에 개관하여 긴 세월을 버티던 극장들이 없어지고 메가플렉스 시대로 멀티플렉스가 극장을 점령했습니다.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2000년대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추격자, 스파이더맨, 아바타 등과 감성적인 외국 수입영화를 많이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가 끝난 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충무로의 영화관과 그곳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직원들과의 유대감을 더욱 깊게 해 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처럼 옛 충무로에서의 영화관람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사람들과의 소통과 감정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특별한 경험이었고 아이디어의 보고(寶庫)였습니다. 옛 직원들은 어디서 무엇하는지 모르지만 위에 말한 수진이라는 직원은 홍대 쪽에서 디자인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희정, 미진, 미나, 승희 미정, 숙희, 대건, 승일, 상인... 잊힌 이름들, 모두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