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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Aug 20. 2024

달이 참 좋은 밤이다

퇴근 후 한가로운 육아

퇴근길 차 안, 달빛이 밝기도 하다. 습기 가득한 공기가 끈적한데 달빛은 청아하고 고아하기만 하다. 은은한 달빛이 눅진한 공기를 위로해 준다. 차에서 좀 달빛을 담뿍 받으면 좋겠는데 덥다. 문을 열자니 모기가 들어올 것 같고 시동을 켜자니 조용한 분위기 망칠 것 같다. 복병은 남편 사장이다. 홀로 달빛 오페라를 감상하는데 창 밖에서 가만 들여다본다. 깜짝이야! 그래 간다고욧. 우리 아가들 데리러 출발한다.


나는 퇴근이지만 아이들은 이제 편한 집에 와서 한바탕 놀고 싶다. 그건 집에 이른 시간에 들어오든 늦은 시간에 들어오든 한결같다. 집에서만 누릴 수 있는 안정감. 아직 방학인 꼬마들은 낮에 실컷 놀고 쉬면 된다지만 큰 아이들은 안 되는데... 내일부터 비가 온다는 소식에 아빠와 두 아들은 자전거 야행을 떠난다. 이제 그들의 밤 외출이 익숙하다. 남겨진 또 다른 셋은 나름 한가롭다.


“나 살 빼고 싶어. “


복실이가 팔 벌려 뛰기 40회를 하고 와선 숨을 몰아 쉬며 말한다. 오빠에게 살 빼는 운동에 뭐가 있냐고 묻는다. 달복이 왈 배드민턴과 자전거 타기. 자신이 할 줄 아는 운동의 전부를 말한다. 방으로 쌩 들어가더니 또 다른 운동을 하면 안 되냐고 그런다. 다른 운동이란 배구다.


피카추배구


“안돼. ”


엄마의 안돼 소리에 막혀 버리자 곧 조용해진다. 자신의 소중한 핸드폰을 조우하고 엄마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조용히 숨어들었다. 하루 온종일 만나지 못한 소중한 동무를 만났으니 얼마나 반가울까.


복실이는 오빠의 말을 철석같이 믿으며 달밤에 배드민턴을 치러 나가자고 한다. 큰 오빠들도 없고 엄마는 산짐승이 무서워 마당에 못 나간다 아이야. 잠시 생각하던 복실이는 핑크색 줄넘기를 어디서 꺼내온다. 맨발로 바닥을 구르니 집이 무너지는 소리가 난다. 아이야 성장판 다칠라. 살살하여라. 몇 번 줄을 넘더니 다시 가져다 둔다. 이번에는 요가 자세 활모양을 연출한다. 활모양이 아니라 산모양이 나온다. 이번에는 나무 자세를 해본다. 한 다리로 지탱해야 하는데 흔들흔들하더니 마무리한다. 자신은 왜 요가를 못 하냐며 징징거린다. 한 가지만 하여라 아이야. 이번에는 요가 자세를 검색해 본다.


“어디서 검색해야 해요? ”


유튜브에서 검색해서 따라 해봐. 유튜브를 켜니 게임 프로가 촤르르르 뜬다.


“이거 보고 싶다. “


그래 보고 싶겠지.


“이제 검색해 봐. 어린이 요가라고 쳐봐. “


“유튜브를 하니까 이거 보고 싶은데? 오빠도 핸드폰 보는데 나도 18분짜리 공룡 나오는 거 하나만 보면 안 돼요? “


“응, 안돼. 이제 운동 끝! 달복아 핸드폰 이제 그만. “


달이 좋은 밤이다.


한참을 복실이를 무릎에 안고 있는데 도망간다. 팔굽혀 펴기 연습을 한단다.


으아. 으앗! 악! 소리와 함께 정지 자세에서 그냥 일어난다. 운동을 한 것인지 뭘 한 것인지 힘들단다. 그러곤 폰을 여태 들고 있는 달복이 오빠에게 딴지를 걸러 간다.


“오빠 핸드폰 치워! 엄마 오빠가 게임 유튜브 봐요. 뭐 찾아본다고 거짓말하고 재밌는 거 봐요. “


“나 찾아보는 거 맞아. 게임 콤보. 젤다 무쌍 양손검 ~~“


“자자 얘들아. 이제 자유시간 끝! ”


엄마의 말은 메아리가 되어 집안을 휘젓고 돌아다니지만 달복이는 핸드폰을 놓을 줄 모르고 복실이는 이번에는 피아노 앞에 앉았다.


너희들의 방학은 왜 끝나지 않는 거냐. 그리고 내일 등교해야 하는 큰 놈들은 왜 들어오지 않는 걸까. 대체 어디까지 갔길래.


10시 퇴근 후에도 육아는 계속된다. 달이 참 좋은 밤이다. 밤은 언제 마무리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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