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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Nov 17. 2024

보상을 받았다.

보상을 받았다. 잠자며 받았다. 지난번 다리가 아프던 날 남편은 찜질팩 대신 커다란 전기장판을 찾아왔다. 바로 다음날 방석만 한 전기장판을 주문했다. 방석만 한 전기장판을 틀었다. 온도를 강으로 틀어 다리와 발목 아래 깔았다. 밤새 뜨끈하게 찜질을 받았다. 이런 뇌물이 좋다. 뇌물은 뇌를 따뜻하게 해주는 선물이다. 효과만점이오 여보. 보상은 마음으로 주는 거였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 시원하다. 아픈 것을 알아주고 염려해 주는 마음이 고맙다.


전기방석을 강으로 틀어 놓고 잤다.


보상을 받았다. 일요일 아침에 안 일어났다. 배 고픈 남편은 라면을 끓였다. 일요일 아침엔 자주 그런다. 더불어 오늘은 손가락이 안 움직인다며 밥을 해달라고 했다. 밥은 할 줄 아는 남자다. 역시 멋지다. 밥은 하고 라면은 끓인다. 다른 반찬은 안 한다. 복실이가 일어났지만 복실이는 밥을 먹으라고 한다. 큰 아이가 일어나 라면을 끓였다. 복실이도 끓여줬다. 아침부터 짜파게티를 먹은 복실이의 얼굴이 활짝 폈다. 아빠와 아들과 딸의 적절한 콤비가 예술이다.


보상을 받았다. 허리가 아플 때까지 누워서 뒹굴거리다 일어났다. “아들 엄마 커피. ” 아들이 커피를 끓여준다. 얼른 게임하려고 물 빨리 부으면 안 된다. 천천히 정성을 다해서 알았지? 아빠도 한 잔 더. “


보상을 받았다. 복실이가 짜파게티에 김치가 부족하다고 했다. “아들 복실이가 김치 꺼내달래. ” 자신이 앉은 식탁 위에 버젓이 놓여있는 김치를 집어 들지 못하는 복실이. 짜파게티 범벅이 된 포크로 절대 집지 않는다. 식판에 덜어먹기가 생활화된 아이는 기다린다. “김치 주세요. ” “복동이 큰오빠야, 복실이가 김치 달래. ” 게임을 하려고 소파에 아빠와 나란히 앉으려던 아이는 다시 일어나 복실이에게 다가온다. “김치 하나만 있으면 돼? ” ‘멋진 오빠야 고마워. 엄마가 손도 까딱하기 싫어서. 손가락이 안 움직여서 그래. ’  


손가락이 안 움직이기는

까딱하기 싫기는

잘도 움직이는구먼.  


따끈한 커피에 손을 녹인다. 이런 게 바로 보상이다. 뜨끈하다. 찜질방이 따로 없네. 손가락 관절은 자판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신들린 손가락 운동을 선보인다. 살짝 굽은 채로 두드리기 아주 좋다.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관절 운동이 저절로 된다. 따끈한 커피 찜질과 관절운동으로 딱이다. 역시 책상이 내 체질인가 보다. 책상에 앉아 있는 게 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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