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가 내렸다. 검은 차 지붕이 하얗게 변했다. 출발 전까지 창문이 녹을까. 태양이 오르면 물이 줄줄 흐를까. 설마 오늘은 금방 없어지겠지. 서리방지 덮개를 씌워야 하는 계절이 되었다. 퇴근하고 손이 하나 더 가겠네. 창문 덮개는 어디에 놨더라. 휙하니 창고에 던져두고 잊고 있었다. 지난겨울의 내내 사용했던 사소하지만 강력한 쓰임을 자랑하는 물건인데 왜 그냥 던져두었을까. 잘 보관할 것을.
하루가 다르게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어제는 너무 추웠고 오늘은 손 발이 시리다. 엊그제 낮에는 가게에 에어컨을 틀었었다. 어제는 난방을 틀었다. 논에는 초록 벼가 키를 키워가고 있고 동네 밭에는 단무지무 단체 수확이 한창이다. 계절이 공존하는 요즘이다. 겨울이 오기는 오는 거겠지?
손이 시리니 장갑 생각이 난다. 손등에 안 바르던 핸드크림을 발랐다. 발이 시리니 장목 양말을 신어야겠다 생각했다. 복실이는 어제 목이 다 나오는 양말을 신고 갔다. 긴 양말을 더 구비해야겠다. 통기성이 좋은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아이들에게 겨울 신발을 준비해줘야 한다.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지만 겨울이 되면 찬 바람이 숭숭 들어와 발이 시릴 테니까. 복이의 자전거 장갑도 겨울용인지 한 번 점검해봐야 한다. 어제도 손가락이 다 나오는 장갑을 끼고 다니는 걸 목격했다.
어제 퇴근길에 달복이가 물었다. 추운데 눈은 언제 오냐고. 눈이 오면 뭐가 좋냐니 눈싸움을 할 거랬다.
눈 생각이 나는 겨울은 겨울인가 보다. 올해 옥상의 눈은 또 어떻게 치우나 한 걱정이다.
남편은 어제 바깥에 있는 수도를 제거했다. 이미 얼어있었다고 한다. 시골은 해안가보다 더 춥다. 많이 춥다. 아 춥다. 손가락이 시리다. 내일부턴 손가락 난로 따끈한 물 한잔을 안고 있어야겠다. 이불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은 아침이다. 복실이를 깨우러 가서 이불속에 잠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