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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근영 Dec 20. 2024

살림은 장기전-숙원사업 완료

갤 빨래가 몇 개 없는 날은 뭔가를 더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빨래 중 허리 고무줄 없어진 운동복을 하나 골라잡았습니다. 남편의 서랍장을 털어 빨래터에 무져 놓았다 이제 빨려 나왔나 봅니다. 남편님께서 고무줄 넣어달라고 한지가 얼마나 오래된 옛날인지 몇 년은 되었습니다. 살림에 눈 감고 귀 닫고 산 세월이 참 깁니다. ‘나는 바쁜 사람이다. 그래서 짬이 안 난다. 그런 사소한 일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 ’ 이런 마인드로 살았지요.

소파 위 빨래를 없애다 보니 바지 고무줄을 넣게 되는 날이 옵니다. 이제는 시간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시간을 짜냅니다. 젖은 빨래를 양손에 잡고 마지막 물방울까지 짜내듯 시간을 쥐어짭니다. 빨래나 운동은 10분 20분이면 끝나지만 같이 병해 하는 독서는 정말 하루 종일 틈새 시간을 할애해야 겨우 하루 100쪽을 읽어냅니다.

그런데 결심을 하고 인증을 하니 시간이 짜내어지더라고요. 책을 다 못 읽어 밤잠 시간이 늦어지기는 합니다. ㅎㅎ

바느질함을 꺼냅니다.


바느질함은 정리한다고 해도 매번 지저분합니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습니다. 고무줄을 넣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던지 다이소에서 눈에 띄어 데려왔습니다. 그것도 언제인지 오랜 옛날 일이라 생각이 안 납니다. 오래 미뤄두었던 숙원 사업을 해 내는 날입니다.

1000원에 득템해온 고무줄입니다. 인터넷에서 사면 길게 많이 살 수 있지만 고무줄만 사기에는 배송비가 아깝습니다. 필요한 허리길이만큼 가끔 바느질함에 구비해 봐도 좋습니다. 생각해 보니 중3인 큰아이 중1 때 체육복 허리에 고무줄을 새로 넣어줬던 게 생각납니다. 벌써 2년 전. 그 후로 쓴 기억이 없습니다. 안 썩고 바느질함에서 잘 살고 있었네요.

고무줄을 넣는 도구 고무줄 바늘입니다.

고무를 구겨서 바늘 고리에 끼웁니다.

매듭을 짓고 바지허리에 뚫린 구멍으로 넣습니다. 한 손으로 밀고 한 손으로 주름을 만들며 도구를 당깁니다.


남편님의 허리가 많이 줄어들어 허리둘레는 재 보고 마감해야겠습니다. 10분도 안 걸리는 일인데 왜 미뤄두고 있었을까요? ​

바지 고무줄 끼우기 완료하였습니다.

이제는 무엇이든 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천천히 꾸준히 하겠습니다. 빨래는 장기전이니까요.

살림은 장기전 맞습니다.

요즘 빨래터에 빨래가 엄청 쌓입니다. 서랍장 정리하는 만큼 새로 쌓입니다. 세탁할 빨래가 늘어나는데 왜 마음은 가벼워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묵혀 두었던 일을 꺼내 해결할 때마다 마음의 짐을 하나씩 덜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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