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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빨래 개는 소파 앞으로 복이가 옵니다. 자신의 빨래를 둘둘 말아 가져갑니다. 한 명이라도 자신의 옷을 가져가면 양이 확 줄어듭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퇴근 후 빨래 개기 습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소파 비우기 오늘도 완료하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역시나 빨래의 세계는 끝이 없나 봅니다. 빨래 개기를 마친 복이가 뜬금없이 자신의 이불과 침대 보를 한 아름 가지고 나옵니다. 엄마가 요즘 빨래터에 빨래를 잔뜩 내놓고 있으니 자신도 빨 무엇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이불 빨래는 정말 미루고 싶은 일인데 말입니다. 하나 시작하면 줄줄이 돌아가며 다 빨아야 하니 그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하루에 한 번 더 세탁기를 돌려야 하지요. 지난밤에 세탁기 2회, 새벽에 1회 총 3회를 돌렸습니다. 지금도 열심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는 전기세가 많이 나오겠습니다. 간밤에 열심히 돌린 세탁기와 건조기 덕분에 아침에는 또 소파 위에 빨래가 산이 되어 있습니다.
아침에는 빨래를 안 개냐고요? 네 안 갭니다. 저의 목표는 하루 한 번! 퇴근 후 한번뿐입니다. 빨래도 잠시 쉬라고 제가 출근하는 동안 전망 좋은 소파를 잠시 빌려주는 겁니다. 다 하려는 욕심은 버립니다. 다시 예전처럼 내 시간 모두를 살림에 할애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관계도 그러하듯 살림과 주부의 관계도 적당한 선이 필요합니다. 빨래에 끌려다니지 말고 미련 갖지도 말고 쿨하게 헤어질 땐 또 헤어지기로 해요. 아침에는 그렇게 소파를 내어줍니다. 밀당하는 연인 관계 같습니다.
살림과 주부 사이, 서로 발전하는 좋은 관계로 지속되면 좋겠습니다. 윈윈, 상생 이런 관계 말입니다. 빨래를 적으로 보지 않겠습니다. 빨래를 친구처럼 생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