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밤이 좋습니다. 느긋함이 철철 넘칩니다. 아이들 넷이 모두 소파 앞 빨래터에 모였습니다. 이런 날도 있습니다.
요즘은 복동이의 빨래가 많았습니다. 서랍장 털이를 해서 세탁 후 넣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빨아야 하는 세탁물이 있어 하루아침에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고 빨리 끝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을비가 추위를 데려왔습니다. 복동이는 서랍장에서 긴팔을 수소문해 찾았습니다. 서랍장이 텅 비어있었지요. 베란다 빨래터에 줄을 서고 있는 세탁물을 입기는 싫었습니다. 마침 아빠가 옷을 찾아 건네줍니다. 그 옷은 어디에서 나온 옛날적 옷인지 아주 검고 깔끔했습니다. 10년도 더 된 아빠의 운동복 외투입니다. 옷이 참 튼튼하군요. 아들은 쑥쑥 컸군요. 아들은 이제는 아빠보다 한참 더 크답니다. 덩치는 조금 더 커도 되겠습니다. 우리 아들이 커가고 있습니다. 참 많이 컸습니다.
거실 바닥에는 아침에 옷을 찾으면서 꺼내놓은 모르는 옷이 하나 둘 널브러져 있습니다. 그렇지요. 다 큰 남자들이 옷장을 뒤졌습니다. 흔적을 안 남길 수 없지요. 어디서 찾았는지 대단합니다. 제 기억에 없는 오래된 옷도 있습니다. 사이즈가 작아 입지 않고 넣어두었던 옷인가 봅니다
빨래를 차곡차곡 개어 복동이의 마지막 서랍장까지 채워 넣었습니다. 아이가 넣었는데 반듯한 옷을 풀어서 마구 섞어 놓지는 않았겠지요? 나중에 볼 일입니다. 며칠 지나면 또 뒤섞일 겁니다.
토요일 밤은 웃음이 넘칩니다. 누구의 옷인지 구분을 하는데 대부분 복동이의 옷입니다. 아이는 자기 옷이 맞다 아니다 합니다. 작은 것 같으면 입어보라니 그건 또 귀찮은지 옷을 개어 포개어 쌓기를 반복합니다. 그러다 발견한 4학년 달복이의 체육복 바지.
“이건 누구 거야? ”
아이들 모두 한 목소리로 복동이 바지라고 합니다. 달복이 다리 길이만 한 체육복 바지가 사실은 복동이 옷이 맞습니다. 초등학교 때 입던 옷을 달복이에게 물려줬거든요. 장난기가 발동한 복동이는 파란색 바지에 다리를 끼워 쓱 올립니다. 맞을 리가 없습니다. 복동이는 파랑 체육복 꼬마 바지를 입은 우리 집 개그맨입니다. 다들 웃고 난리가 났습니다.
토요일은 밤이 좋습니다.
서랍장 털이는 세탁물이 쌓이지 않는 한도 내에서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마음으로 해야지 하는 것과 행동으로 털어버리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서랍장에 그냥 놔두면 정리를 하지 않고 계속 내버려 두게 되니 문제입니다. 당분간 서랍장 털이는 순차적으로 계속될 예정입니다.
서랍을 비우고 다시 정리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다시 차곡차곡 정리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