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중에 빨래를 갤까 말까 잠시 고민했습니다. 아침에 빨래를 개서 소파를 비워두면 일요일 낮 동안 편안하게 앉아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설거지도 쌓아두고 움직이기 싫은 몸을 그냥 쉬게 두었습니다. 과욕은 금물입니다. 쉴 땐 쉬어야 합니다.
토요일 밤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돌아간 빨래 양이 많습니다. 혼자선 힘듭니다. 외출 후 “도와줘! ”를 외칩니다.
네 아이들 모두 모여 빨래를 갭니다. 빨래가 나오자마자 옷걸이에 걸어둘 옷은 따로 빼서 등받이 쪽에 두었는데 그걸 확인하고 복이가 알아서 옷걸이를 챙겨 옵니다. 네 명의 아이들이 자신의 옷을 가져가니 제가 할 일이 크게 없습니다. 역시 협동이 최고입니다.
아이들을 독려해 마지막 남은 양말까지 알차게 없애 치웠습니다. 잠시 비우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곧 건조된 빨래가 또 나옵니다. 건조기에는 또 세탁물이 들어가고 세탁기에도 새로운 세탁물이 들어갑니다.
일요일은 집에 있는 동안 계속 빨래터 풀가동입니다. 세탁기, 건조기 만세! 이 많은 빨래 다 갤 수 없습니다. 소파 위는 비어 있냐고요? 절대 아니지요. 늘 빨래가 가득입니다. 그런데 뭐가 다르냐고요? 그냥 제 만족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서랍장 구석구석 반듯해지고 뽀송한 내음이 퍼집니다. 장롱에 걸어둔 옷들이 가지런해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빨래 꺼내놓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청소년 어린이들은 빨래를 자주 숨겨두거든요. 어딘가에서 뭉쳐둔 양말이 한 무더기 발견되기도 합니다. 누군가 빨래터에 뭉친 채로 모아 던져두었더군요.
변화는 느리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너무 작아서 잘 티가 안 납니다. 그러나 분명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시작이 중요합니다. 벌써 20일이 되었습니다.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응원과 격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