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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근영 Dec 25. 2024

삶의 재미와 온기 더하기

퇴근 후 눈도 감기고 팔도 아프고 짜증이 제대로입니다. 오늘 주부는 투덜이가 되었습니다. 저 소파에 한번 앉아보지도 못하고 매일 소파 시중만 들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투덜대며 “복아!” “달복아!”를 연달아 불렀습니다. 옷을 가져가라고 투덜투덜했습니다. 처음의 마음, 소파 위 옷 치우기는 내 몫이다, 묵묵히 할 것이다, 이런 마음은 온데간데없습니다.


​그러나 빨래를 개며 매일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삶의 재미를 더하는 빨래 개기 아이들과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빨래 정리할 마음이 없습니다. 엄마와 도란도란 앉아 이야기하는 시간입니다. 엄마 ‘놀려 먹기 놀이’ 시작합니다.

늘 엄마의 바지 길이에 아이들의 관심이 지대합니다. 특히 저 청바지가 나오면 아이들이 헷갈려합니다. 저도 가끔 긴가민가 합니다. 복실이의 청바지와 엄마 청바지 색깔이 거의 같습니다. “엄마 이거 누구 바지야? ” 궁금증과 장난기가 섞인 물음입니다. ‘그래 오늘 한번 너와 나의 다리 길이를 재 보자. 엄마가 사실 다리가 많이 길다고.’

바지를 겹쳐 바지 길이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괜한 일을 벌였네요. 길 긴요. 이런 난쟁이 똥자루 같은 하반신이라니요. 흑흑 확인 사살을 당하고 슬픔에 젖었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다리 길이에 연연하지 않으렵니다.

옷을 치우고 소파에 앉았습니다. 소파를 누려보기로 합니다. 집에 와서 엄마와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는 복실이도 옆에 앉았습니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고정자세로 책을 보는 달복이도 불러 앉혔습니다. 셋이 나란히 소파에 앉아 책을 읽었습니다. 얼마 만의 소파 독서인가요.

책 읽기가 시작되고 얼마 후 복실이가 먼저 잠이 들었습니다. 저도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습니다. 달복이만 열심히 판타지 세계에서 볼드모트와 해리의 이야기를 읽고 있었습니다. 소파에 앉으면 왜 이불을 찾게 되고 기대게 되는 걸까요.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 포근한 담요를 덮고 편안한 자세로 잠이 들었습니다. 눈을 반쯤 감은 상태로 어제의 독서록을 마무리했지요. 소파는 너무 편안합니다. 아이가 나누어준 묵직한 온기가 따뜻했던 걸까요?

소파 위 빨래를 치우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소파를 소파의 용도로 사용하였습니다. 소파의 쓸모란 이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21일 차 ‘태산을 옮기다’ 완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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