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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Apr 14. 2024

베개 남매

이제는 팔이 아파 아이들 잠잘 때 팔베개를 안 해준다. 아이들을 키우며 얼마나 많은 밤 팔베개를 해주며 재웠던가. 내 후덜덜한 왼팔, 오른팔아 고생이 많았다.


엄마가 팔이 아프다고 팔베개를 해주지 않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막내는 팔이 아픈 엄마를 위해 자신이 팔 베개를 해준다고 했다.


자신의 곰돌이 베개를 내 팔 아래에 곱게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엄마의 팔을 곰돌이 베개 위에 살짝 올려 주었다.


팔베개는 이렇게 하는 거로구나.





아침부터 일어나 유튜브를 시청하는 복실이의 무릎을 베고 한가롭게 누워 있었다. 일요일의 재미란 이런 거다. 복실이가 화장실을 간다며 일어서자 못내 아쉽다. 볼일을 보러 가면서도 엄마의 아쉬운 표정에 마음이 쓰인 아이는 오빠에게 엄마를 부탁한다.


“오빠 엄마 다리 베개 좀.”


머리를 들고 기다리는 엄마. 달복이는 엄마 머리 옆을 지나 빙 돌아 내려가더니 다리 쪽으로 와 앉는다. 그리고 자신의 무릎에 엄마의 다리를 살포시 얹어 둔다.

다리 베개는 이렇게 하는 거로구나.



이 베개 남매를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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