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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 식빵

by 눈항아리

식탁에 올려진 식빵 봉지가 아침부터 눈에 들었다. 밥을 안 하고 빵을 먹일까? 아이들이 좋아할 텐데. 먹기도 빨리 먹을 텐데. 내 시간도 30분 벌 수 있을 텐데. 빵 먹으면 좋겠다. 가끔 하루인데 뭐. 아침밥을 고집하는 짐을 오늘 하루만 내려놓자. 아침에 빵대신 시를 먹고 싶다는 시인도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시를 먹일 수는 없으니 오늘 아침엔 밥대신 빵을 먹기로 했다.


눈을 비비고 나온 아이들 딸기잼을 듬뿍 찍어 발라 자발적으로 하나씩 든다. 꼬마 둘의 감긴 눈을 버쩍 뜨이게 하는 것은 빵의 힘이다. 밥만 고집하지 말고 가끔 먹여야겠다. 금세 하나 먹고 또 달란다. 식빵을 하나 들고 잼을 바르려고 기다린다.


복실이는 갈색 부분 테두리는 싫단다. 하얗고 부드러운 빵 속살이 좋다고 한다. 그럼 떼고 먹으렴. 그러는 찰나 큰오빠가 잼 바른 식빵 하나를 반으로 접어 건네 준다. 복실이는 갈색 부분은 싫다며 껍질 부분을 먼저 베어 문다. 자그마한 잇자국이 빵 테두리를 돌아가며 생겼다. 먹기 싫다면서 한입 가득 넣고선 우물우물 씹어 먹는다. 입이 터지겠다. 안먹는다고 투정부릴 줄 알았건만 맛나게도 먹는다.


왕관모양 잇자국이 생긴 뽀얀 식빵 한 조각 들고 세상 행복한 아이. 덕분에 엄마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아침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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