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원도시 송판
호텔로 가기 전 마지막 경유지 해발 2,800m 고원 도시 송판(松潘, Songpan)에 도착하여 잠시 구경을 했다. 당나라(唐, 618~907) 때 지어진 송판고성(松潘古城)이 중요한 이유는 티베트 고원과 쓰촨 분지를 연결하는 차마고도의 중요한 교역의 길목이자 군사적 요충지였기 때문이다. 송판은 오랫동안 티베트·장족·한족이 교역하던 다민족 도시였고, 지금도 거리를 걸으면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흔적이 남아있다. 버스에서 내리자 벽돌과 석회등으로 견고하게 지어진 옛 지명인 "송주"라고 쓰인 글이 보인다.
특히 송판의 역사에서 유명한 사건중 하나는 당나라 공주 문성공주(文成公主)가 토번 왕 송첸감포에게 시집갈 때 이 송판을 거쳐 갔다는 사실로 그때부터 송판은 ‘중국과 티베트 문화 교류의 길목’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정략결혼을 통해 한장화친(汉藏和亲) 즉 한족과 장족의 화친을 이룬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문성공주와 송첸캄포의 화친상이 고성에 들어가기 전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특히 문성공주는 티베트에 불교를 전파하는 등 문화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한다.
이 조형물 뒤로 고성으로 들어가는 아치형 성문으로 들어서자마자 도로 양옆으로 음식과 판다인형 그리고야크소 뿔로 만든 기념품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티베트식 장식이 남아 있는 전통 가옥들이 있다. 성곽 밖과는 달리 들어가자마자 풍기는 향신료 음식 때문에 멀미로 고생하던 일행은 들어가는 걸 포기하고 나 혼자 어슬렁 거리며 구경하였다. 판다의 기념품이 너무 예뻐 주변 친구들에게 줄 판다 인형을 몇 개 구입했다. 나중에 야시장도 둘러 판다 인형을 사려했는데 이곳에서 산 판다 인형이 품질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선물을 구입하고 바로 버스에 타니 호텔까지 한참 걸린다고 화장실에 다녀오라고 한다. 중국에서 제일 견디기 힘든 건 화장실 문화인 것 같다. 20년 전쯤 장가계에 갔을 때도 화장실에 충격을 받았는데 20년 전에 보았던 화장실이 구채구 여행하며 내내 힘들게 하였다. 좌식이 아닌 것은 이해가 가지만 화장실 가기 전부터 코를 찌르는 지독한 냄새 때문에 멀미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저절로 속이 메슥거리게 만들었다. 긴 버스여행을 하며 중간에 화장실 이용하는 내내 안 갈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여행 중 가장 고통스러웠던 기억으로 남는다. 옛날방식의 쭈그리고 앉는 변기 사이로 골짜기 물인지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문고리가 제대로 잠긴 문이 거의 없고 심지어는 문마저 달아나 급한 마음에 문 없이 서로 용무를 봐야 했던 적도 있다. 화장지가 없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1위엔을 앞에서 당당하게 받는 화장실도 많았다. 다른 곳들은 웅장하게 시설을 잘해놓았는데 유독 화장실을 방치하는 이유가 뭘까? 그들은 이런 화장실 문화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베이징이나 대도시는 현대식 화장실이 많지만 시골들은 아직도 개선이 안되었나 보다.
화장실 가려고 들리면서 잠시 본 하얀 야크는 그나마 조금 위로가 되었다. 야크(yak)는 해발 3000m 이상 고산지대에서 살아가는 쓰촨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가축으로 긴 털이 있어 추위에 강하고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된다고 한다. 털과 가죽은 방한용 의류로 고기는 단백질이 풍부해 요리에 사용되고, 똥은 고산지대의 연료로 이용된다고 한다. 나중에 상인들은 야크치즈라고 우유를 가공해 판매를 하는데 맛을 보니 고소하고 담백해 구입하였다. 화장실 앞의 야크는 아이들에게나 관광객들에게 호수와 야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라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긴 하루를 마치고 호텔에 들어선다. 깔끔하고 대형호텔이라 그런지 피로가 풀리는 듯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머리가 지끈거리고 아파온다. 눈은 평지에 있는 호텔을 보고 있는데 몸은 고산지대라는 것을 느끼고 반응하는 것이다. 처음엔 멀미가 나서 그런가 생각을 했는데 이 미슥거림과 머리가 깨질 듯 아픈 증세가 바로 고산증세가 나타난 것이었다. 처음으로 겪는 고산병이 내 몸으로 느껴진다. 가이드는 객실마다 돌아다니며 산소호흡기 사용을 알려준다. 침대옆 벽에 객실 산소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 취침 시 산소공급기를 통해 숨 쉬며 자라고 코에 산소흡입구를 끼워준다. 이제야 내가 고산지대에 왔구나 실감하며 호흡기를 낀 채 중환자실 환자처럼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