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탄생?
블로그에 글 쓰기 어언 18년. 그런데 옮기라고?
책 읽은 거, 외동딸 키운 이야기나 여행 다닌 이야기.. 그런 거 주위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친구에게 전화해서 좋은 정보 전하고, 월요일 출근하면 동료에게 떠들고,
점심시간에 다른 부서 직원들 만나서 다시 또 어쩌고 저쩌고...
힘들었다, 내 마음과 생각을 나누겠다고 맨투맨으로 만나서 떠들고 다니자니.
그런 내게 당시 고교생이던 딸이 N 블로그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래서 시작했었다, 2006년에, 나의 블로그를 오픈!
그러고 18년이 지났다.
그 블로그에는 독후감, 딸 키워낸 이야기
(고교 재학 중 느닷없이 음악을 전공하겠다는 그 아이, 조상님 음덕으로도 어려울 음대생 만들기까지의 지난 했던 이야기), 마흔 살 넘어 수영장 다니기 시작하여 고군분투해 온 이야기, 그리고 피아노독학하던 이야기와 미국 딸 집(유학 간 딸은 미국서 결혼)에서 보낸 5개월 간의 고급 감옥생활 이야기까지 많이도 적어둔 내 일기장과 같은 곳이었다.
그렇게 내 삶이 녹아있던 'N 블로그'에서 이제 '브런치스토리'로 이사를 가려고 한다. 왜?
정년퇴직 후에도, 이 나이가 되었는데도 자아실현 고민에 빠져있던 내게,
'작가'라는 정체성이 생길 수 있는 곳이라며
이제는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그 외동딸이 나에게 알려준 것.
(참, 딸 없었으면 어쩔 뻔?)
꽤 오래전에 그런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작가신청을 대신해 보겠다는 딸의 조언도 있었는데도,
그냥저냥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러다 지난 3월, 서울시 50+에서 '브런치스토리 작가되기'라는 강좌명을 발견하고는 '오호~, 브런치가 무엇인지 알아나 보자'는 마음으로 수강했는데..
우와..
내 일기장 같은 N 블로그는 좋은 점이 많았다.
이런저런 내 삶의 단상을 글로 쓰고 보니, 어수선한 생각들이 잘 정리되었다.
틈틈이 읽은 책에 대한 소감도 몇 자 적어두니까 예전에 읽은 책을 다시 읽는 불상사(나는 다독에 열심인지라..)를 막을 수 있었다. 때때로 내 글에 대하여 모르는 누군가가 '공감'도 해주고, 댓글로 달아주고,
그리고 이웃 맺기도 해 주었다. 그렇게 얌전하게 세월이 흐르더니 어느새 18년이 지났다.
가족은 물론 친구들도 잊었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사실을.
이제 나는 아주 게으르게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고, 독후감 1개 쓰고 '100원짜리 콩이나 줍는' 아줌마가 되었다. N 블로그에서는 글 하나 올리면 콩 1개를 받는데, 그 콩 1개로 100원에 상당하는 기부금을 낼 수 있다.
그래서 콩 줍기에는 열심이면서도. 점점 글 쓰는데 시간을 내지 않게 되었다. 그런 지경의 내 블로그에 관심을 가져주는 이들은 아르바이트.. 하라고 권유하는 업자들 뿐. 멀쩡한 개인 블로그 공간이 그렇게 광고성 글로 채워지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제는 나의 '숨은' 일기장이 되어버린 그곳 N 블로그,
글쓰기에 진심이었던 2006년의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다.
'브런치스토리 작가되기' 첫 강의에서 수강생들을 작가라 부르시며,
글 쓰는 자유로운 공간 '브런치스토리'를 소개하시던 강사선생님의 그 밀어붙이기가 당황스러우면서도 싫지 않았다. 브런치스토리를 통하여, 노동자처럼 일 삼아 책임감과 성실성을 가진 글쓰기를 하며
보다 충실하고 중심 꽉 잡은 삶을 살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새 봄, 이사철이다. 일단 새 집에 가 보자.
처음이니 최소한의, 정말 최소한의 살림만 두고 새 집에서 살아보련다.
그러다가, 있을 만하면 다른 가구들도 옮겨오고, 식구들도 불러들이던지 해야겠다.
천천히 여유를 갖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