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en, <Bohemian Rhapsody>
1975년, 영국의 록 밴드 퀸은 네 번째 정규앨범 《A Night At The Opera》를 발표했다. 프레디 머큐리는 이 앨범에 수록된 <Bohemian Rhapsody>를 통해 록과 오페라의 결합을 시도했다.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과 극적인 단악장 음악을 뜻하는 랩소디Rhapsody에 걸맞게 아카펠라, 발라드, 오페라, 하드 록을 한 곡에 모두 담아냈다.
랩소디는 16세기 문학에서 서사시를 뜻했다. <Bohemian Rhapsody>는 살인을 저지른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제 막 인생이 시작되는 시점에 스스로 인생을 망쳐버렸다며 괴로워하는 주인공의 독백을 다룬 전반부의 발라드 파트, 화자의 서사를 극적으로 과장되게 다룬 중반부의 오페라 파트, 그리고 내지르는 듯한 화자의 독백으로 가늠되는 후반부의 하드록 파트가 이어진다. 인트로와 아웃트로는 이러한 구성을 무상하고 처연한 감상으로 감싸 안으며 수미상관적 완결성을 지닌다. 오페라의 웅장한 사운드와 강렬한 록 사운드, 중반부에 등장하는 파편화된 가사, 파트 별로 자유롭게 장르를 오가는 형식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 하나의 극적인 세계를 만들어나간다.
예술이란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행위라 볼 수 있다. 예술가의 시선으로 떼어낸 세계의 한 조각을 가공하여 또 하나의 작은 세계를 완성한다. 그것은 현실 세계의 축소판이자 가능한 한 확장하여 살아낼 수 있는 상상력의 세계이다. 어떤 세계는 너무나 구체적이라 현실처럼 느껴지고, 어떠한 세계는 다소 모호하여 해석의 여지를 풍성하게 한다. 우리가 각각의 세계를 만든다는 것에 초점을 둔다면, 그것이 한 곡의 노래이든 한 편의 영화이든 한 권의 책이든 장르는 크게 상관이 없을지 모른다. 그리고자 하는 세계를 보다 입체적이고 완성도 높게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장르를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한 시도가 형식을 하나의 장르 규정을 위한 틀로써만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형식 자체를 예술로 승화하는 행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