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요즘 여행중이다

by 지안

2달 넘게 글쓰기를 손에서 놓았다.

그동안 나는 여행을 했다.


한동안 여행을 가지 않았던 건 이제 더이상 여행이 휴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적지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짐을 싸는 일은 더이상 설렘이 아니었다.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는 일정들은 더이상 즐거움이 아니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필요한 시간들이 먼저 생각났고, 필요한 비용들이 부담이었다.

굳이 돈을 들여서 고생을 해야하나 싶었다.


나의 우울함과 지침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던 나의 힘듦을 조심스럽게 터놓던 날, 매번 그랬듯 “언제든 너무 지치면 그냥 우리집와, 와서 책읽고 쉬다가.”라던 내 친구.


1. 하노이

그 길로 나는 떠나보기로 했다.

하노이에 근무하고 있는 친구 집에 갔다.

친구가 출근한 사이 혼자 하노이 이곳저곳을 여유롭게 여행하기도, 빈 집에서 뒹굴기도 했다. 그리고 친구가 퇴근할때쯤 밖에서 저녁을 함께 먹고 집에 돌아왔다.


며칠을 그렇게 보내다 휴가를 낸 친구와 달랏으로 떠났다. 그땐 친구의 직장동료 두명도 함께였다.


오랜만에 사뭇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니 가슴이 탁 트였다. 맨날 하는 병원 얘기, 동기들 얘기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가벼웠다.


왜 이토록 내 마음이 힘들고 답답했을까.

내가 해결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문제들이 자꾸만 내 앞을 가로막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게다가 같은 사람들과 나아지지 않는 답답한 상황에 대해서 쳇바퀴처럼 돌고도는 대화를 나누다 보면 집에 돌아오는 길 발걸음도, 마음도 무거워질 뿐이다.


2. 오사카

베트남에서 돌아온지 겨우 2주 남짓, 나는 오사카행 티켓을 끊었다.


파워 J인 나에게는 쉽지 않았던 이틀 전 티켓팅.

그것도 출발 이틀전 밤.

준비되지 않은채 무언가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친듯이 뛰었다. 이래도 되나 싶어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쫓아오는 사람도, 나무라는 사람도 없는데 말이다.


그 길로 떠난 오사카.

밤마다 숙소 근처의 이자카야에서 인상좋은 주인 아저씨와 화기애애한 손님들 사이에 끼어 짧은 대화도 나눴다.


3. 여행

여행이 인생에서 필요한 이유는 뭘까.

여행지에서 바라보는 풍경들은 아름답고 여유롭다. 깊게 들여다보지 않고 멀리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있듯, 지치고 힘든 일상에서 한발짝 벗어나 바라보는 새로운 공간은 조금은 다르게 다가온다.


그 시선의 차이가 여유로움을 만든다.

그 여유로움이 여행을 즐겁게 채운다.


그리고 나는 지금 동생이 있는 미국으로 가고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힘빼기 연습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