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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꿈

40년을 뭐하면서 놀까?

by 지안

여느때와 다름없이 자취방으로 향하는 길.

본가에서 자취방으로 가는 길이면 항상 아빠와 왕수다 타임을 가진다. 수다 주제는 매번 다르다. 일주일 간의 힘들었던 일들을 터놓기도 하고, 즐겁거나 웃긴 일을 얘기하기도 하고, 엄마에게 비밀로 하고 싶은 얘기도 많이 나눈다. 아빠는 이 시간이 너무 좋아서 매번 나를 데리러 오고, 데려다 준다고 하신다. 나도 그렇다. 내 베프인 아빠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이제는 나에게 조금씩 이야기를 터놓는 아빠도 모두 그저 고마운 시간들이다.


그러다 불현듯 "오랜만에 노래나 듣자. 듣고 싶은 노래가 있어." 하시는 아빠.

갑자기 노래를 틀고, 핸들을 잡지 않은 한 손으로 핸드싱크를 하며 흥겹게 노래를 부르시는 아빠. 내가 처음 들어본 노래였는데, 아빠가 어렸을 때 굉장히 좋아하시던 노래라고 한다. 이 노래를 한번 연습해 봐야겠다며,

은퇴후 방음 잘되는 방 하나 만들어서 앰프 사놓고 기타치면서 노래를 부르시겠다고 한다. 줄곧 기타치면서 노래부르고 싶다고 하긴 했었는데, 오늘 처음 아빠가 밴드부였다는 사실도 알았다. 중고등학교때 즐겁게 기타연주하며 노래하던 기억을 뒤로 한채 가장의 무게를 지고 살아가는 아빠.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고 힘든 일들을 터놓던 주름진 아빠의 얼굴 대신, 은퇴후 아빠의 꿈을 말하는 얼굴에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웃음이 번졌다. 그걸보는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노래와 함께 아빠의 은퇴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득 인생이 생각보다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인생은 20년동안 학교다니고, 30년동안 일하고, 40년정도 쉬면서 삶을 정리하는 거구나 생각이 들엇다. 놀아야 하는 기간이 생각보다 길잖아?


그렇게 생각하니 생각보다 일하는 시간이 짧다고 느껴졌다. 40년 동안 편하게 쉬고 내가 하고싶은거 하면서 놀기 위해서는 첫째, 건강하게 나이들어야 하겠다. 하고 싶은걸 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뒷받침은 있어야 하니 둘째, 30년 이라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서는 안되겠다. 열심히 살아야 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요즘 참 산다는게 뭘까, 내 인생은 의미없게 흘러가는 것 아닐까 꽤 오래 생각했는데, 아빠가 차에서 불현듯 틀어준 노래가 위로가 되었다. ’산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한거지‘라는 가사가 참 위로가 되는 하루였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나의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알차고 열심히 보내봐야겠구나 싶은 작은 불꽃이 잠시 타오른 하루였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게 뭘까. 그게 뭐든 해봐야겠다.


아무것도 하지않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를 원했던 나는, 그저 '뭐라도' 해보려 한다.

산다는 건 그 자체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을테니까.


< 산다는 것은 - 김종찬>
어디로 가야하나 멀기만한 세월
단 하루를 살아도 마음편하고 싶어
그래도 난 분명하지 않은 갈 길에 몸을 기댔어
날마다 난 태어나는 거였고
난 날마다 또 다른 꿈을 꾸었지
내 어깨위로 짊어진 삶이 너무 무거워
지쳤다는 말조차 하기 힘들때
다시 나의 창을 두드리는 그대가 있고
어둠을 거둘 빛과 같아서
여기서가 끝이 아님을 우린 기쁨처럼 알게되고
산다는건 그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 한거지
날마다 난 태어나는 거였고
난 날마다 또 다른 꿈을 꾸었지
내 어깨위로 짊어진 삶이 너무 무거워
지쳤다는 말조차 하기 힘들때
다시 나의 창을 두드리는 그대가 있고
어둠을 거둘 빛과 같아서
여기서가 끝이 아님을 우린 기쁨처럼 알게되고
산다는건 그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 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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