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생각날 때마다 잊으려 노력했다.
추억이 떠오르면, 그 사람의 얼굴과 말이 떠오르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다른 생각을 억지로 끼워넣고, 떠오른 생각들을 밀어내기 바빴다.
머리를 도리도리 저어가며 노래를 크게 틀기도 하고, 아무 영상이나 시끄럽게 틀어두고 청소를 했다.
함께한 시간이 얼마인데,
도리도리로 지워질 추억은 아니었다.
시끄러운 음악이나 영상으로 사라지는 기억은 아니었다.
지운다고 지워지는 기억은 아니었고, 지워지는 얼굴과 말이 아니었다.
문득, 잊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다.
나의 소중한 20대를 아름답게 만들어준 고마운 사람이기에.
나의 예뻤던 20대를 기억하고 있을 소중한 인연이었기에.
첫사랑이라는 건 지운다고 지워지는게 아니라 마음 한켠에 남는 것 같다.
잊으려 한다고 지우개로 슥슥 지우듯 없어지지도 않는다.
기억하려 노력한다고 그 시절로 돌아갈 수도 없다.
잊어버리는게 힘듦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회복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다.
잊지 않아도 평온해질 수 있는 것.
잊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굳이 잊으려 하지 않는 것.
추억들을 꼭 끌어안고 기억하되 휘둘리지 않고 나를 더 아낄 수 있는 것.
떠올라도 울컥하지 않고 각자의 길에서 잘 살아가길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이 드는 것.
휘몰아치던 감정이 지나간 자리에는 평온이 머문다.
평화가 잠시 찾아왔다.
언제 또 들이닥칠지 모르는 감정의 소용돌이지만, 또 지나가고 평온이 머물겠지.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이 이런걸까.
이별도 사랑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