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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람들과는 무슨 대화를?

30살의 낯가림

by 지안

새로운 사람, 어색한 사람과는 무슨 대화를 나눠야 하는 걸까? 사실 대화하지 않아도 된다. 정적을 두려워하거나 불편해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하루종일 일하는 사람들과 어색하고 서먹한 상태로 뻘쭘하게 앉아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 달이 다 된 지금도 나에게는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꽤나 심한 스트레스였는지, 시끄러운 사람들 속에 혼자만의 투명 아크릴 벽을 세운 공간에 앉아있는 꿈을 꾸기도 했다.


1. 이미 친해진 무리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면서 생긴 파벌(?)과 친분이 눈에 보인다. 그들만의 문화, 그들만의 세계에서 친근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그 사람들과 진하게 섞여 가까워지고 싶은 것은 아니나, 어느정도는 불편하지 않게 지내고 싶다. 그런데 그들의 시간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그 시간을 이기려는 이 마음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쩔 수 없는 거고,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간들을 만들어가면 되는 것일뿐인데.


2. 새롭게 들어오는 무리

나와 같은 시기, 혹은 그 이후에 들어온 사람들은 대부분 서먹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근무가 자주 겹치는 사람들끼리는 친목을 쌓고 있다. 나도 말 놓고 이야기하는 존재만으로 정서적으로 의지되는 친구가 한 명 생기긴 했다. 동갑인지라 왠지 더 의지되는 편한 사이랄까. 그것뿐. 새롭게 들어온 많은 사람들 사이 나는 또 다시 투명 벽을 세우게 된다. 다들 어색하지만 티내지 않고 안물안궁인 얘기들을 나누고 있는걸까?


너무 오랫동안 익숙한 사람들과의 관계에만 익숙해져 있다보니 더 어렵다. 조금씩 덜 어색하긴 한데 이건 뭐 낯가림 다 풀리고 마음을 열 수 있을 때쯤 퇴사할 것 같은 느낌이다…ㅎ 조금 친해진 것 같은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더 친한 느낌? 나이 30 먹고 느껴야할 유치한 감정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내 사회성은 퇴보해버렸나보다. 괜히 복잡해지는 마음에 또 다시 나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다운되는 하루. 이렇게나마 끄적이며 마음을 정리해본다.


어쩌겠나. 내가 느린걸.

나의 속도와 맞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겠지.

나만의 속도로 퇴사하기 전에 가까워지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거겠지. 다시 한번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아 봐야겠다. 내가 인간관계로 힘들 때마다 떠올리는 버스안의 승객들.


내 인생의 수많은 인연들은 나와 같은 버스를 탄 승객들.

어떤 사람은 같이 타고 같이 내린다. 어떤 사람은 중간에 타서 끝까지 함께 가기도, 어떤 사람은 중간에 내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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