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인간관계도, 일도, 현타오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알 수 없는 미래와 스스로에 대한 걱정만 늘어가고 한숨만 쌓여가는 나날들이 계속됐다.
새로운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경계심을 풀고 오픈 마인드로 인간관계를 맺기란 나이가 들수록 어렵다. 불순한 의도를 갖지는 않았을까 속이 뭘까 의심하고 경계하느라 기만 빨리고 만다.
마음이 힘드니 몸도 더 힘들어지더라.
운동도 하지 않게 되고, 지켜가던 루틴도 망가져 갔다. 책도 안읽고, 글도 쓰지 않게 됐다. 마음 속에 뭔가가 쌓여가는 것 같긴 한데 이상하게 가만히 누워있는 것 말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오프날 하루종일 누워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도, 환기를 위해 밖에 나가도 보고 약속을 잡아봐도 마음 한 구석 헛헛한 마음은 여전했다.
기분전환의 가장 쉽지만 어려운 방법, 대청소를 시작했다.
현관을 가득 채워 밀고 들어오기 일보 직전인 재활용 쓰레기들을 처리했다. 던져놓은 빨래감들을 모두 세탁기에 넣어두고 내 작은 공간을 깨끗이 치웠다. 창문을 활짝 열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있자니 나를 위한 요리를 만들어보자 싶었다. 근무 날에는 정신없이 근무 중간 꾸역꾸역 밀어넣던 김밥, 오프 날에는 하루종일 늘어져있다 시켜먹는 자극적인 배달음식 대신 나를 위한 간단한 요리를 만들기로 했다.
청소를 마치고 정말 오랜만에 장보러 가는길, 솔솔 불어오는 바람과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추리닝 차림으로 터벅터벅 걷다보니 문득 아무 걱정 없이 오늘만 살자 생각이 들더라.
요리도 괜히 상쾌한 요리를 먹고 싶어서 토마토랑 오이를 샀다. 차지키 소스를 얼른 만들어 토스트를 먹고 침대 정리를 하고 있자니 틀어둔 드라마에서 마음에 꽂히는 대사가 흘러나왔다.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친구가 추천해준 '미지의 서울'이라는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이다.
내가 만들어갈 시간은 오로지 오늘 뿐.
오늘은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잔잔한 평화로움으로 내 하루를 채워볼래.
후회스런 어제, 걱정되는 내일을 생각하자니 쌓여가는 한숨뿐인 요즘 문득 다가온 깨달음.
그렇게 살아볼래. 오늘의 나에게 다짐하며 짧은 글로 하루를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