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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의 방향은 언제든 바뀐다

by 지안

타인을 쉽게 욕하고 깔보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랑 대화할 때면 매번 불편한 감정이 든다. 특히 그 대상이 나와는 관련 없는 사람이거나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런걸 싫어하는 나도 가끔은 누군가가 미워져서 욕하기도 하고 화내기도 한다. 그런데 그 감정의 끝은 결국 허탈함과 그저 불타고 있는 마음 뿐이더라. 미워하는 사람에게 오물을 던지려면 내 손에도 오물이 잔뜩 묻기 마련이다. 정신없이 던지다보면 남는건 더러워진 내 손 뿐이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자기만의 잣대로 줄을 세워 평가하는 습관은 말에 묻어난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한 친구가 로스쿨에 합격하게 되었다고 했다. 한 친구가 "오 이제 나 멋진 친구 한명 생긴거야?"라고 하더라. 평소 그 친구의 말투와 행실에 묻어나는 묘한 줄세우기를 몰랐다면 별 생각 없이 칭찬으로 들렸을 수도 있었을 이 말. 이 말을 들은 친구는 그 친구가 자기를 그동안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겠더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 후 연락도 잘하지 않던 친구가 불쑥불쑥 안부를 물어오기도 하고 밥 약속을 잡기도 하더란다.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란 건 꽤나 불편하고 좋지 않은 마음이기에,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들이 주는 악영향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좋지 않은 행동의 단점을 떠올려보면 이 행동들을 더 멀리하겠지 싶었다. 더이상 이런 감정으로 내 소중한 하루를 채워가고 싶지 않았다. 유투브로도 관련 영상들을 찾아봤는데, 그 중 가장 와닿는 건 이런 생각들의 화살이 나에게 향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쟤는 저런 것도 못하더라" 라는 생각은 화살의 방향만 바꾸면 언제든

'나는 이런 것도 못해' 가 된다.


평가하고 미워하는 마음은 언제든 나에게로 향할 수 있다. 쉽게 자책하게도, 쉽게 자만하게 만들기도 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러쿵 저러쿵해도 유일하게 끝까지 나를 믿고 사랑해주어야 할 내 자신이 스스로를 미워하거나 멍청하게도 오만하게 만든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스스로를 사랑하며 살기 위해서라도 타인을 미워하고 평가하는 것에서 멀어져야 한다. 세상과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곧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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