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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바람씨, 바람처럼 가세요


미안해요 바람씨, 바람처럼 가세요


한성희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나한테서 멀어지는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조문하고 돌아가는 길


길이 빠져나가듯 헤어지는 일은 죽음이다


죽음에도 길이 필요하듯 나는 여행길을 배웅한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상처를 두른 채


봄빛이 온다 길 그림자를 더듬거리는 동안


작정한 듯 밤은 달빛을 꺼낸다


어디쯤 와 있는지도 모른 채 꽃이 피면


당신을 기억할게요


파란 잎사귀들이 백발과 함께 있다


나는 수백 년을 지나 남겨둔 달빛을 꺼낸다


꽃이 지면 너와 나는 나무 아래서


이미 있는 듯 없는 듯 사라질 것이지만


바람이 스치듯 건너간다


나는 너에게로 너는 나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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