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김영하
‘여행’이란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두근거립니다. 여행 계획을 세우는 설렘과 함께 낯선 곳에서 마주할지도 모르는 두려움도 따르지만 기념일이나 휴가철, 혹은 지치고 힘들 때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이런 날이면 누구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 집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여행을 떠나는 걸까요? 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할까요? 수많은 사진과 정보, 심지어 가상 체험 프로그램까지 넘쳐나는데도 우리는 직접 몸으로 느끼고 경험하고 싶어 합니다. 이번 달에는 여행이 우리의 삶에서 어떤 의미 가지는지 김영하 산문집 『여행의 이유』에서 그 답을 함께 찾아보려 합니다.
『여행의 이유』에는 10개의 산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첫 이야기 <추방과 멀미>는 작가가 소설 집필을 위해 한 달간 중국에 체류하려 했지만 비자를 발급받지 않아 입국하자마자 추방당하는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얼핏 보면 여행지에서 겪은 색다른 경험을 풀어놓았나 싶지만 여행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명확한, 외면적인 목표를 가지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통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그런 마법적 순간을 경험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그는 중국에 갈 때 비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몰랐고, 추방이라는 극적인 순간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 사건을 좌절이 아닌 특별한 경험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순조로운 여행보다 오히려 이야기할 거리가 생겼다 생각했고,언젠가 이 사건을 글로 쓰게 될 거라며 유쾌하게 바라본 것이지요. 저라면 자책하면서 한참을 속상해했을 것 같은데 그의 태도는 제법 대담합니다. 계획과 다른 길로 흘러간 여행이었지만 결국 한국에서 집필을 마무리하며 얻은 결과는 목표와 달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사건 속에서 우연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 여행의 또 다른 얼굴이 아닐까요.
<여행으로 돌아가다>에서는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지 소설에 빗대어 이야기합니다. 낯선 세계로 우리를 데려가고, 현실을 벗어나 다른 삶을 잠시 체험하게 한다는 것에서 소설과 여행은 많이 닮았습니다.
설렘과 흥분 속에서 낯선 세계로 들어가고, 그 세계를 천천히 알아가다, 원래 출발했던 지점으로 안전하게 돌아온다.
실제로 멀리 떠나지 못하더라도 책장을 펼치는 순간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그 길을 걸어봅니다.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 다른 세계로 여행을 떠나고 그 체험을 통해 변화된 나를 발견하는 것이 소설이 주는 또 하나의 여행입니다.
사실 우리는 현재를 즐기며 살고 싶지만 머릿속에는 과거의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세상을 느끼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여행이 길어지면 생활처럼 느껴지고 안정이 부족하면 생활도 여행처럼 느껴진다고 합니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여행일지 모릅니다. 일상이 여행이고, 여행이 일상이더라도 결국 여행의 이유는 단순하게 즐기는 것이 아니라 결핍을 채우고 삶의 새로운 페이지를 만들어 가는 데 있겠지요. 그 많은 기억이 쌓여 우리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줍니다.
지금 독자님에게 필요한 것은 책 한 권일수도 있고, 단풍 물든 길을 걷는 여행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그 경험은 삶을 단단하게 지탱해 줄 것입니다. 책 속의 다른 산문을 통해 또 다른 ‘여행의 이유’를 찾아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