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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되는대로 May 01. 2024

결핍을 대하는 마음

포용과 존중에 대해,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다.

교보문고에서 바로드림으로 책을 샀다.


기분 좋게 들고 와 펼쳐보다가 뒷면 하단부가 찢긴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이 맘에 들어 성급하게 샀더니 나중에서야 콩깍지가 벗겨졌나 보다.

책 판매 시 매장직원들은 책을 좀 높이 들고는 앞뒤 돌려가면서 상태를 살핀다. 판매를 위해 파손상태 등을 살펴보는 것이다.


내 잘못도 있다. 책을 샀지 상품을 산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꼼꼼히 살펴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렇다고 쳐도 매장 직원들은 상품으로써 판매를 했고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를 보고도 묵과했을까?  

책은 그렇게 내 것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뒤늦게 발견한 파손 사실에 살짝 기분이 상해 반품하기로 했다. 서점이 직장 가까이 있어 금방 갈 수 있다.

 



점심때 반품하려던 책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그러던 중에 반품된 책의 처지에 대해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불량품으로 반품되면 폐기되어 버려진다는 것이다. 파쇄기가 갈아버릴지도 모른다. 저 책을....


책은 속은 멀쩡하고 본질 훼손도 없다. 외양 상 흠결로 상품가치 저하일 뿐인데 책의 처지가 불쌍했다.

 "그래... 나는 책을 샀지 상품을 산 것은 아니잖아" 나만 마음을 달리하면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얼마 전 나와 친한 사람이 내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불편한 마음을 거두고 조용히 서랍을 열어 투명테이프를 꺼내 곱고 정성스러운 손길을 붙여주었다.





결핍이 없는 사람은 없다.

내 맘에 드는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사람은 없다. 그건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자극된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한 장르에 속에 있을 뿐이다. 현실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이해와 포용의 하모니의 산물이다.


밝고 건강해 보이는 사람도 알아가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그냥은 모르던 상처와 결핍이 드러난다. 인간이기에 누구나 그러한 것을 가지고 있음이 당연하다. 관계란 그런 것까지 포용할 수 있어야 이어질 수 있다.


이 상처받은 책에 '나의 이해와 포용'이라는 테이프를 꺼내어 다친 곳에 붙여주면, 그리고 그 '아픈 부분'을 더욱 조심히 다뤄주면 책은 나에게 더 깊은 깨달음을 선물로 갚아 주지 않겠는가.


무언가를 아껴주고 사랑해 준다는 것에서 이미 나의 마음이 투척된 것이다.

그런 보살핌을 받은 책이기에 이미 나의 마음을 품고 있다.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이 투영된 상대방을 사랑함으로써 그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그랬기에 종종 자신과 같을 줄 기대했던 상대방에게서 내가 원하는 것이 나오지 않을 때 상대방에게 실망하거나 화를 낸다.


기대감은 나의 욕심이다.

하지만 상대방은 잘못이 없다. 그냥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내가 노란색 꽃을 좋아한다고 해서 하얀 꽃더러 노란색으로 변할 것을 요구한다면 꽃은 자신의 모습을 잃어야 한다. 더는 그 자신 그 본질이 아니게 됨으로써 이것으로서 내가 사랑한 그 꽃이 아니게 되어버린다.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마음, 그것이 존중이고 존중은 사랑을 오래 가게 하는 궁극의 힘이다.


타인은 다른 개체이다.

상대방이 비록 연인이고 배우자이고 자식이라고 해서 나와 같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상대방의 생각과 삶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 부분을 놓치면 연인이라는 이유로 또는 아내나 자식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을 소유하려고 들고 내 방식대로 고치려 들 수 있다. 그러다가 내 맘대로 안되면 미워하는 감정이 생기고 결국은 애증이라는 것에 도착에 빠지게 된다. 관계가 나빠지고 사이가 벌어지며 심한 경우에는 인생을 척지게 될 수도 있다.  


'포용과 존중'은 어쩌면 모든 종교지도자들이 인류에게 가르쳐 온 "사랑의 실현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진짜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면 함부로 남을 사랑하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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