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되는대로 Apr 07. 2024

고난을 대하는 태도

유방암 이야기

간밤에는 오직 '한 가지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야말로 전전반측(輾轉反側)하다가 밤이 꼴딱 새어버렸다.


나의 이런 불쌍한 뒤척임을 알아줌도 없이 야속하게도 밝음은 지 할 일을 하느라 베란다를 찾아와 창에 배어들고 있다. 이런 내 못 볼 꼴을 밤새 대면한 간에게 미안해져서 토요일임에도 일찌거니 사무실에 나가보았다. 그렇게 하면 내 마음이 편해질까 싶었다.




집에 돌아온 오후에도 마음이 붕 떠서 이도저도 않고 있었다.  기분 전환이라도 해볼까 화분 분갈이를 하려는데 반가운 전화가 온다. 사촌여동생이었다.


"오빠 뭐 해, 투표했어?"

"아니, 난 딱히 뭐..."

"그럼, 지금 나와, 미산초에서 하니깐

거기서 투표하고 커피나 한잔하자"

"아, 그럼 그럴까?"


작은 이모네 촌동생 '앨'은  나보다 나이가 꽤 어리다. 부산에서 태어났 세 살 때 이사 왔다. 심곡4동 우정아파트 산지는 매우 오래되었다. 


앨은 통통통 뛰어다니던 아이 때 내 손을 잡고 제물포 도화공원에도 따라다녔다.  눈처럼 휘날리는 벚꽃 잎을 잡는다고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는데 떨어지는 벚꽃 고운 잎 녀석의 희고 반듯한 이마에 가려져 잠깐잠깐 보이지 않았다.

손에 어묵꼬치를 암팡지게 잡고 냠냠 오물오물  먹었다. 돌아오는 전철에서는 사촌오빠의 품에 안겨 이마에 땀을 송글거리며 늘어지게 던 그 쪼꼬미가 지금은 마흔 줄에 들어선 초등학생 둘의 엄마이다.




투표를 마치고 케이티 건물 모퉁이에 있는 통유리 환한 커피숍에 들어갔다.

심곡경남상가 투썸플레이스 건너편인데 이름이 '파우제' 임을 오늘 알았다.

사실 이곳은 석 달 전에도 한번 왔었다.

그때와 똑같은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하얀색 하트가 떠있지만 상당히 독한? 느낌의 커피였다. 커피를 홀짝거리며 시시콜콜한 일상을 얘기하는 오누이는 흔한 카페 풍경으로 모습 되었다.



이야기를 하던 도중 유방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동생도 나이가 있는지라 아무래도 주변에서 보고 들은 게 많았는지 이 슬픈 질병에 대해 제법 많이 알고 있었다.


40대에서 50대 여성의 최다 발병암은 유방암이다.

당연히 가장 많은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 어찌 보면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넘어가는 나이의 여성이 가장 위험하다. 딱 잘라 통계로 들이대기엔 근거가 약하지만 비전문가로서, 느낌적이라고 할 수 있는 합리적 개연성 차원으로만 이해한다. 국에서의 발병 증가율은 폭발적이어서 세계 암학회에서도 예의주시 한다고 했다.




유방암 발병 원인과 한국사회의 특징을 견주어서 종합을 해보면 다음의 몇 가지  느슨한 그림이 그려진다.


1. 메인 발병원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과잉활동이다.

2. 한국여성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3. 한국여성은 서양여성에 비해 치밀 유방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4. 유방암의 치료는 대응 속도가 중요하다.

5. 최근 의료기술의 발달은 은닉해 있는 암씨앗을 효율적으로 잡아내고 있다.

6. 무섭다. 뒤통수를 잘 치는 암으로 얌전하다가 갑자기 스피디하게 발현한다.

   (아무리 초기에 잡았고 완치가 되었어도 평생 방심하면 안 된다.)

7. 후생 유전학 측면에서 타고난 dna보다 먹는 음식이 중요하다

8. 진단기관 선택(전문성)이 매우 매우 중요하다. 치료가 끝난 사람이라도 추적관찰 시 명심


동생은 유방암 2기 환자인 자기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친구는 여전히 치료를 진행 중인데 그녀운영하는 병상기 블로그가 유명하다고 했다.

브런치에 글을 써볼 욕심에 블로그 주소를 물어보았고  다음의 링크를 따라가면 된다.


https://m.blog.naver.com/PostList.naver?blogId=soopmoana&tab=1




우리 모두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종종 인생은 시련을 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전화위복(轉禍爲福)과 새옹지마(塞翁之馬)이다.

전화위복은 불행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그것이 축복이었고

새옹지마란 당장 발생한 행운 또는 불운이 장차 어떤 행불행으로 변할지 모른다는 뜻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고타마 싯다르타가 말한 "중도",  공자가 말한 "중용"의 취지이다.

좋고 나쁜 일에 일비일희 일희일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관점'이고 그 지향은 '변화'이다.


영미권에서도 이와 비슷한 표현이 있다.

"a blessing in disguise"는 위장하고 있는 축복으로,

당장은 불행으로 위장하고 있는 복을 말하고

"silver lining은" 구름 뒤에 해가 숨어 있음을 표현한 말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힘든 일들을 당했으면 이 일들이 격언이 되고 속담이 되었을까.


우리 모두의 바람대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려면 건강을 자신하면 안 된다.

그래서 신은 인간들에게 중간 점검과 재정비의 기회를 준다.

나는 그것을 '시련'이라고 정의하겠다.




우선 시련을 당하면 최우선적으로는 그것의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당연히 그에 맞는 대응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에만 그친다면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찾아온 힘든 일을 다독여 돌려만 보낼 것이 아니라 왜 찾아왔는지 그 의미를 아봐야 한다. 그래서 내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고치고 그것을 나를 성장시킬 기회로 활용한다면 고생한 시간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힘든 상황에서 한 발짝 비켜서서 자기 객관화를 통해 인생의 행로를 다시 관측하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지면 기회가 되는 것이다.


변한다는 것... 그것은 우주 만물 모든 것에 있어서 어떤 개체가 살아남기 위한 가장 유효한 수단이다.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편으로 지는 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기에 진리라고 한다. 변화하고 적응해야 살아남는다는 것도 진리이다. 이 우주적 철학이 변할 리 없기 때문이다. 그 옛날 지구의 절대 강자였던 공룡과 이름도 알 수 없는 숱한 생명체가 변화에 실패한 결과로 지구상에서 멸종된 사례가 있다.


사람의 생각은 시간이 가고 상황이 바뀌면 변한다.

재테크에서 장기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목표도 욕망도 바뀌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이렇듯 사회문화적 현상에서도 변화가 요구되는 모습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반드시 참고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그 일본에 한때 강력하게 대세했던 비혼주의를 보자. '건강하고'  '친구가 많고'  '일할 능력이 있는' 젊은 나이에는 혼자 살아도 부족함이 없다. 비혼은 의무와 책임에서도 자유로운 부분이 있다. 그랬기에 편리한 세대들은 결혼을 하지 않았고 자기의 인생을 즐겼다.(여기서 세대 간 경제적 소유문제는 논외로 한다.) 하지만 그들의 자신 있던 삶이 살아보니 꼭 완벽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강했던 젊은 시절이 지나면서 어느 부분에서부터 후회가 찾아왔다. 변화의 필요성이 엄습했다.


건강문제와 체력문제와 재정창출 능력, 협소해진 인간관계 등 점점 취약해져가는 생존력을 증강하기 위한 또다른 수요가 사고의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바로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라는 성찰의 문제가 찾아든 것이다.


나이가 들면 모든 관계에서의 자기선택권은 급격히 쪼그라든다. 입지는 급격히 수축된다. 인생은 돈이 충분하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다. 정서적인 안정감도 매우 중요하다. "젊어서 생각하던 미래와 실제로 맞닥뜨린 미래는 매우 다른 것"을 닿아 보고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최근 일본의 결혼시장은 특이하게도 50대 이후의 결(재)혼시장이 20~30대의 그것에 비해 훨씬 활성화되어 있고 매우 번창하고 있다. 살기위한 변화에 내몰리게 된 면도 있지만 관리적 측면에서의 합리성에 눈을 뜬 것도 있을 것이다. 인류가 생존해 올 수 있었던 주요 근간 중 하나였던 시스템이 비록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유효한 것임을 보여주는 방증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뭐가 되었든 생존하려면 변화해야 한다.


생존이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변화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태세전환에 성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라는 표현이 이 의미를 잘 나타내 준다. 사고가 열려 있는 이러한 유연함은 재테크 분야, 특히 주식투자 분야 철학이기도 하다.


냄비 속 개구리는 장작불에 점점 덥혀지는 따뜻함 속에서 안락함을 느낀다. 그러나 곧 삶아지는 죽음을 당할 것이다. 이러한 나태함 보단 '바늘이라는 갑작스러운 찔림'으로 깜짝 놀라 그곳 탈출하여 도망칠 기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찔린 당시는 아프겠지만 고통은 비상탈출의 기회가 된다. 탈출에 성공한다면 즉 변화에 성공했다면 그 결과는 생존이다. 그 바늘이 고난이다. 살면서 뜻밖에 찾아오는 갑작스러운 힘든 일들은 그래서   삶을 지속하게 만들어 줄 기회 된다.



고난을 "이용"한 사람들은 살아남는다.

인생이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결국 고난을 잘 이겨낸 사람들이다.

그래서 고난은 어떤 의미에서 "계기" 또는 "기회"이다.



https://youtu.be/Ua3aNDJE_Cg?si=Q-G62euRunQo_5TA



작가의 이전글 고난과 신과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