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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쥬 May 06. 2024

3. 유치원은 던젼이기에 마음에 준비가 필요해

부제: 유치원 가기 싫은 아이와 엄마의 힘겨움

"엄마 배가 아파요"


유치원은 던젼 같은 곳이다. 온갖 괴물들이 득실득실하다. 아무리 내가 마법소녀지만 그런 곳을 갈 때는 긴장하게 된다. 엄마와의 사투로 화려하게 꾸며 마법의 힘을 풀 파워로 만들어 놓아도 별수 없다. 배가 아파 오고 그냥 집에 남고 싶다.


"괜찮아 유치원 가면 안 아파질 거야."


평일 아침 매일 하는 말이다. 오늘도 쥬쥬는 유치원이 가기 싫은가 보다. 정말로 배가 아픈 걸까? 생각해 보지만 90%의 확률로 아닐 것이다.


"예쁜 옷 입었으니까, 얼른 선생님이랑 친구들에게 보여 줘야지. 빨리 나가자"


난 별수 없이 집을 나선다. 밖으로 나가는 순간, 던젼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둠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 기운 때문에 발걸음이 무겁다. 어둠의 기운은 유치원이 가까워질수록 강하게 느껴진다. 점점 기운에 눌려 제대로 서있을 수가 없지만 힘겹게 걸음을 옮겨 본다. 하지만 유치원이 보이기 시작하자 너무 무거워 바닥에 주져 않는다.


"쥬쥬! 왜 그래?"

"유치원 가기 싫어"

"왜?"

"무서워"


매일 이러는 아이를 보면 유치원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선생님이 쥬쥬가 마음에 안 들어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아니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힘들어 할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유치원의 수업과 규칙이 아이에게 버거운 것일지도 모른다.


"뭐가 무서운데?" 

"선생님이 무서워"


내가 마법 소녀인 것은 비밀이기에 엄마에게 말할 수 없다. 마법이야기를 빼고 유치원의 괴물들과 어둠의 기운을 설명하기 어려워 선생님이 무섭다고 대답했다. 어차피 선생님은 유치원에서 가장 강력한 괴물로 변하니까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


"그럼 엄마한테 선생님이 왜 무서운지 말해봐" 


아닐 것이다. 쥬쥬는 이렇게 말하고 어렵게 등원을 해도 매일 같이 웃으면서 하원한다. 선생님도 쥬쥬가 무섭다고 말하는 것을 알고 계셔서 나와 아이에게 신경 써 주신다. 요즘은 엄마들의 극성이 무서운 세상이다.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를 무섭게 대하고 있다면 원장선생님께서 바로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 그냥 무서워"


그런데 엄마의 상태가 이상하다. 엄마의 얼굴이 굳어지면서 괴물화가 진행되고 있다. 유치원에서 나오는 어둠의 기운 때문에 힘겨운데 엄마까지 괴물이 되고 있다. 이 위기를 벗어나야 하지만 방법은 생각나지 않고 눈물만 흘러나온다. 엄마는 이제 바위 괴물이 되어 내 팔을 잡고 나를 유치원으로 끌고 가고 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쥬쥬는 지금 유치원 가기 전 긴장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직장인들도 아침마다 출근 전 긴장감을 느끼지 않는가. 아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아직 어리고 미숙하기에 과한 표현을 하는 것이다.


더 이상은 길에서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없다. 사람들도 쳐다보고 있다. 아이와의 실랑이는 오랜 끌수록 수렁으로 빠져든다. 도살장에 끌고 가는 소의 주인처럼 쥬쥬의 팔을 꽉 잡고 끌고 간다. 쥬쥬는 발악을 하며 울기 시작한다.


또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나는 아이의 말도 믿어 주지 않고 싫다는 곳을 억지로 보내고 있는 건가? 사람들은 나를 보고 아동학대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안 갈래, 안 갈래, 무서워"


괴물에게 질질 끌려가고 있다. 울면서 소리쳐 보지만 이미 유치원 앞에 와버렸다. 선생님 마저 유치원에서 나온 신다. 던젼으로 들어가면 엄마는 영원히 괴물이 될 것이다. 나는 얼른 엄마를 꼭 안아 내 안에 있는 마법파워를 엄마에게 전달한다. 시간이 지나자 따듯한 온기가 느껴지고 엄마도 나를 꼭 안아준다. 엄마가 돌아온 것이다. 나는 안심을 하고 나오는 눈물을 멈추기 위해 눈을 깜박깜박해 본다.


"얼른 들어가 "


이제 유치원 앞이다. 원장 선생님께서 마중 나오신다. 쥬쥬는 나를 안는다. 나 또한 쥬쥬를 꼭 안아준다. 쥬쥬가 진정되면서 눈물이 멈추는 게 느껴진다. 스스로 심호흡하며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 상냥하게 보내주고 싶지만 아까의 실랑이의 여파로 목소리가 딱딱하게 나온다.


"안녕히 다녀오겠습니다."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천천히 유치원으로 들어간다.


"그래, 얼른 들어가"


유치원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지고 있다. 빨리 집으로 들어가 쉬고 싶다.


‘4. 아이는 즐거운 던젼 VS 엄마는 불편한 휴식(부제: 아이의 즐거운 유치원 생활과 아이를 걱정하며 기다리는 엄마)’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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