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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선 Mar 29. 2024

비트코인 1억 손실, 극단 선택했던 유명 유튜버님께

방송에서 유명 유튜버인 당신이 비트코인에 투자해 처음엔 꽤 많은 수익을 내다가 겁 없이 1억 지르고 다 날리는 바람에 안 좋은 선택까지 했었다는 이야기가 심상치 않게 들려 이 글을 써 봅니다. 


제가 그동안 당신이 해 왔던 투자 영상들을 살펴보니, 당신이 그동안 투자라고 해 왔던 건 투자행위가 아니라 투기, 다시 말해 놀음, 도박이었더군요. 그걸 부추기며 감상했던 구독자들이 그랬던 것처럼요. 저의 어리석은 과거 시행착오 때보다 훨씬 더 도박적인 님의 행태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동안 구독자들에게 당신이 망하는 걸 보여줬다면 이젠 흥하는 걸 보여줄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잃어도 되는 돈, 잃어도 되는 게임, 일부 잃어도 되는 생... 그래야만 영혼까지 작업당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주식이, 코인이 도대체 뭐간디 온 생을 건단 말입니까? 그것도 꽃다운 20대 나이에. 헐, 그리고 할!(죽비로 내리치는 소리)




두 MC 조언대로 만일 당신이 이젠 투자의 세계를 떠나 그냥 평화로운 삶을 살고자 큰 결심 했다면,

일단 영혼은 구제받는 거니까, 그냥 평화롭게 사시면 됩니다. 

하지만, 저는 저 낭떠러지 아래 심연의 바닥까지 경험해 봤다는 당신에게 아예 투자를 당장 끊으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미 '투자 or 투기 DNA'가 온몸 세포에 깊게 심어져 금단현상으로 병이 날까 두려워서가 아니라, 낮엔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밤 시간에 3~4시간 집중 매매하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수익을 충분히 낼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요. 월급의 1/7인 30만 원 만으로도 충분히 매월 5배는 벌 수 있는 방법 말입니다. 당신이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폭풍의 언덕 위에서 폭탄 돌리기 하는 '러시안룰렛 매매'는 어쩌다 성공한다 해도 바로 큰 실패가 따르는 가짜 성공일 뿐이고요.




비트코인 같은 초고위험적 투자상품은 인생마저도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크기에, 고위험 상품으로 갈아타고 '나의 아저씨' 지안처럼 편안함에 이르는 투자를 하라는 것입니다. 이제 너무 강해서 사람의 영혼마저 파괴하는 마약은 끊고 독한 고량주(?) 정도로 갈아타라는 것이지요. 금보다 귀한 그대 청춘이 도박하듯 낭비되는 건 너무 아깝기에. 3년이면 충분히 낭비할 만큼 낭비한 생이기에.

수억의 수익을 낸다 한들 내 삶이 불안해진다면 다 무슨 소용???




"50만 원으로 500만 원을 만들지 못하는 자는, 결코 500만 원으로도 5,000만 원을 만들 수 없다." 금융 투자/매매의 세계는 50만 원의 시드머니로 500만 원을 벌어도, 그 500만 원으로 다시 5,000만 원을 만들기는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비정하고 냉정한 세계입니다.


설령 삐끗해 망하더라도, 내 삶의 밸런스를 결코 깨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날려도 월 30만 원만 날려 "까짓 거, 돈 주고 게임도 하는데 그냥 '금융게임' 한 판 한 셈 치지 뭐." 하며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그것도 빚이 아닌 월급에서 빼낸 돈 30만 원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내 삶을 죽이지 않는 투자"를 하려면 "변동성의 66% 정도는 예측 가능한 상품"에 투자를 해야 합니다. 비록 승부는 예측이 아닌 대응에서 갈리는 것일지라도. 밑도 끝도 없이 오르거나 내리는 게 아니라, 오를 만큼 올랐으면 다시 내려와 주는 종목. 등락을 반복하더라도 그 중간점으로 수렴하려는, 발란스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종목에 투자를 해야 합니다. 매일 3시간만 자며 눈이 벌겋게 지켜봐야만 하는 투자행위는 결국 마약복용과 같습니다.




코인 투자가 왜 마약이 될 수밖에 없는지 아십니까? 장 지속 시간(개장 유지 시간)이 너무 길어 투자자를 잠도 못 자는 폐인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주 7일 24시간씩 풀가동. 내 몸과 내 머리도 쉬거나 식힐 여력도 없이 풀가동. 그것도 피를 말리는 돈 놓고 돈 먹기의 피 터지는 전쟁터에서. 하여, "멈춰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볼 수 없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얘길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아주 먼 길을 단숨에 달려가지 않는다. 

달리다가 가끔씩은 말에서 내려 지금까지 자기가 달려온 곳을 

한참 동안 바라보면서 사색에 잠긴다. 

그러고는 다시 말에 올라타 갈 길을 재촉한다. 앞만 보며 너무 

빨리 달려가느라 자신의 영혼이 미처 따라오지 못했을까 봐." 


영혼과 함께 달려가는 삶. 우리 인간은 적어도 이렇게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혹시 김연경이 왜 원탑인지 아시나요? 그녀는 어떻게 공을 때리면 득점이 될지를 미리 알고 스파이크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이겨 놓고 하는 게임". 그것만이 이 냉정한 세계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고요.

왜 빚이나 전세금으로 투자하지 말라는 걸까요? 그렇게 하면 "이미 지고 시작하는 게임"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건 빚내서 하는 건데 이것마저 잃으면 난 끝나는 건데..." 이런 마음으로 어떻게 초고차원적 심리게임인 주식매매에서 승리할 수 있겠습니까? 평정심으로 임해도 이길까 말까 한 판인데... 투자 원금 잃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으로 어떻게 이기겠습니까?

열공 중인 비트코인 폭망 직장녀


다만, 어떤 방식으로 투자했다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든 난 당신의 20대에 보여준 그 정열에는 건배를 해 주고 싶습니다. 그 어떤 실패였더라도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는 것이기에. 그리고, 그런 실패만이 막힌 곳을 뚫게 하고, 우회로를 찾아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20대에 불타올랐던 가슴으로 폭주했던 '열정폭발 (기도) 매매'가 30대의 차분한 머리로 하는 '냉철한 정밀매매'가 되도록 제가 돕고 싶습니다.




해서 그 쓰라린 실패의 경험이 '날리는 콩가루'가 아닌 '성공의 디딤돌'이 되길 진심으로 빌기에. 제 유학을 위한 입학지원서 에세이 제목도 다름 아닌 "오직 열정만으로"였습니다. 


욕심낼수록 수익이 불어나는 판이라면, 개나 소나 제 달려들어 떼부자들이 여기저기 속출할 것입니다. 그래서 5%만이, 100명이 덤벼든다면 오직 그중 다섯 명만이 성공한다는 게 이 세계의 냉혹함임을 다시 한번 명심하시고요. 마치 불교의 가르침이 보여주는 것처럼, 욕심을 줄일 수 있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는 세계! 이 얼마나 멋진 세계입니까? What a wonderful world!




내가 당신의 매매과정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웠던 부분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내가 만났던 스승과 같은 스승만 만났어도 당신의 투자가 엉망이 되지는 않았을 덴데...


2. 차트의 유혹, 차트의 신기루란 망령만 벗어나도 당신의 투자는 훨씬 더 나았을 텐데..


3. 본격 매매 이전에 연습매매를 3개월만 스승의 지도받으며 해 봤어도 그렇게 망하진 않았을 텐데, 당신의 꽃다운 20대 청춘이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지진 않았을 텐데...


4. 지금까지 당신에게 단 한 명이라도 "심리가 8이고, 테크닉은 2일뿐"이라고 말해준 사람이 있었더라면...


  

뭔 개소리냐고 하겠지만, 욕망을 키워가는 투자가 아니라 욕심을 줄여가는 투자를 해야만 끝내 이길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기억하자고요.


3개월만 죽은 셈 치고 제가 시키는 대로 공부하고 실행할 결심이 선다면 연락 주십시오.

제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 당신을 구원함으로써 저 또한 구원받게 되는 것입니다. 설령, 최악의 경우, 만에 하나, 구원까지는 못 받을지라도, 더 이상 망가지지는 않는 삶이 되기를 희망하면서요. 




내가 당신보다 고수라서, 내가 베테랑이라서 이러는 게 결코 아닙니다. 저 또한 죽음의 계곡에서 오랫동안 허우적거리다가 다행히 악어밥이 되지 않고 겨우 빠져나와 인라벨(investment+life. 투자와 생활의 균형. 제가 만든 말)의 삶을 산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는 겁니다. 


부끄럽게 고백하지만, 제가 당신보다 더 가진 건 주름의 개수와 날려버린 시간과 자본금 액수.

전업투자자! 솔깃하고 폼나는 말이지만, 자기 마음 컨트롤 하지 못하는 95% 투자자들에겐 황천길로 수직 낙하하는 지름길일 뿐입니다.  


제 메시지에 진심이, 진정성이 느껴진다면, 속는 셈 치고 대전의 명물 성심당 빵 사러 간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대전에 한 번 내려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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