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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문 Aug 11. 2024

모든 말이 명대사 같을 수는 없을까

매 순간 진심을 담을 수 있다면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등 OTT 산업의 성장으로 영화 시청이 늘어나고 있다. 서로 다른 플랫폼들은 매주 새로운 작품을 업로드하며 기존 구독자를 유지하는 동시에 신규 고객을 공략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 중 똑같은 사람은 없는 만큼 각자의 취향이 서로 다른 탓에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 취향의 다양성과 유동성에 힘입어 최상단에 노출되는 Top 10 인기 순위는 계속해서 변하지만, 긴 시간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들에는 공통점이 존재하는 것 같다.  바로 기깔나는 '명대사'의 유무이다. 


 영화의 3요소를 찾아보니 1)내러티브, 2)음향, 3)영상 이라고 한다. 간단하게 풀어쓰면, 지루하거나 뻔하지 않은 전개에 적절한 대사와 음악, 그리고 영상미가 더해져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의미인 듯싶다. 어느 하나가 부족할 경우 밸런스가 무너져 몰입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우열을 가릴 수는 없지만, 이 중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은 무엇보다도 음향, 그중에서도 대사가 아닐까 싶다.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병진이형은 나가, 나가 뒤지기 싫으면"


 영화 <해바라기>에 오태식(김래원) 역의 대사이다. 각종 패러디나 코미디 소재로 재활용되는 탓에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여기서 궁금한 점은 저 대사가 어째서 사람들에게 그토록 오래 기억되고 사랑받는 것일까. 단지 웃겨서일까. 아니면 비속어가 섞인 탓에 자극적이기 때문인 걸까. 나는 저 대사에 극 중 인물의 감정이 온전히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쓰라림과 절실함의 감정이 배우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을 통해 극대화되어 우리에게 다가왔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는 비단 영화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도 각자의 삶 속에 오래도록 기억되는 말들이 있다. 부모로부터의 따뜻한 한마디, 사랑하는 이로부터의 설레는 한마디, 또는 스승과 제자로부터의 뿌듯한 한마디. 물론 꼭 긍정적인 말들만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상처가 되었던 말들 또한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그 말을 들었을 당시의 나의 감정이 너무나도 날카로워 나도 모르게 베인 흉터가 남은 탓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내 안에 새겨진 말들이 긍정적인지 또는 부정적인지가 아니다. 그러한 말들이 내게 새겨진 이유가 무엇인지이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는 내가 그 말을 감정적으로 크게 받아들였기 때문일 수 있다. 상대방이 나에게 전하고자 했던 감정을 크게 담아 전했기 때문에 내게도 그토록 크게 다가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에는 힘이 있다. 하지만 이를 간과한 체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마음이 올바르게 전달되지 못해 오해를 낳을 수도 있고, 상대에게 의도치 않은 상처를 안겨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말을 함에 있어 의도한 감정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럴수록 우리의 말은 영화 속의 명대사처럼 상대에게 오래도록 남아 긴 여운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항상 생각한다. 내가 내뱉는 말이 가볍게 내려 금방 녹아버리는 진눈깨비가 되지 않기를. 느리더라도 차곡차곡 쌓이는 함박눈 같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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