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인사발령을 받으며 새로운 부서에서 새로운 직급으로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때의 설렘과 함께 부담감도 컸다.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조근과 야근을 이어갔고, 친정 부모님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잘 해보려 했지만, 일주일에 1~3회는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맞벌이를 고려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업무는 과중했고,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몰아붙였다. 자료를 뒤지며 열심히 일했지만, 전임자는 퇴사했고 상사는 업무 발령으로 나와 함께 처음 해보는 일이었기에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각자 바빴고, 부서장은 은퇴를 앞두고 '적당히 잘 하라'는 말만 했다. 나는 서류를 기반으로 자료를 만들고, 바쁜 동료들에게 찾아가며 조언을 구하고 일을 했다. 2021년은 그렇게 정신없이 흘러갔고, 연말에는 부서 성과와 개인 성과를 잘 챙기려 노력했다.
2023년 8월,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사를 가며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과 겹쳐 2년 휴직을 냈다. 그런데 1년여 지났을 즈음,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2021년 사업이 잘못되었고, 2010년대 중반부터 10년간 사업이 잘못되었으며, 2021년 담당자인 내가 그 책임이 있다고 했다. 나는 기존의 업무가 잘 마무리되어 기록물로 편철되어 있었고, 전임자 없이 기존 서류를 기반으로 업무를 이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이라고 한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인사발령으로 새 업무를 맡았고, 기존 서류를 보고 착실히 진행한 것? 코로나-19 상황에서 출장이 어려운 와중에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을 진행한 것? 업체가 과업을 잘못할까 매달 회의하고 검토한 것? 과업량이 부족할까 세 차례에 걸쳐 과업 변경을 요청한 것? 그때는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결과가 잘못되었다고 한다.
문제가 생기면 항상 담당자 탓이다. 법안을 잘 살펴보지 않았고, 지침을 놓쳤다고 한다. 그 당시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이제 와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한다.
이제 이별을 준비할 시기가 된 것 같다. 회사는 원래 개인을 위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회사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존재하며, 그 목적을 위해 필요한 사람은 재화가 필요한 사람이다. 더 많은 재화를 얻기 위해 승진하고, 연봉을 올려 나가는 것에 의의를 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때가 지나갔다. 최선을 다한 회사에서 나를 내친다면, 나도 더 이상 이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그에 관해 의견서를 제시했고, 관철되길 바란다. 어떻게 마무리될지 모르지만, 결말을 보고 미련 없이 떠나겠다. 그동안 재화를 제공해주어 고마웠다. 미리 안녕을 고한다. 조만간 안녕하는 날에는 웃으며 안녕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