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직업은 DJ가 아닙니다.
“어머! 저는 직업이 DJ인 줄 알았어요~”
1년에 최소 10회 이상 듣는 말 중 하나이다.
20대 때까지만 해도 DJ로 보이는 모습이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뭐 화려하고 멋지다고만 생각하던 DJ로 보이는 게 어딘가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나 자신이 멋있어 보인다고 느껴졌기에 기분이 좋았다.
사실 평범한 마케팅 회사원으로 보이기보단, 또는 평범한 7년 차 유학생으로 보이는 것보단 좋았다.
30대가 되니, 나마저도 나를 보는 관점이 많이 달라졌다. “어머! 저는 직업이 DJ인 줄 알았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어깨가 올라가는 건 마찬가지지만, 약간 내가 가벼워 보이거나 특정한 직업이 없어 보이는 듯한 게 조금 부끄럽다고 느꼈졌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보수적인 성향이 있기에 이제 결혼 적령기의 나이가 가까워진 30대로써는 내가 나의 배우자가 되는 사람 또는 장인장모라는 사람에게 걱정을 시키거나 반대가 있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색안경을 끼고 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DJ에 관한 얘기를 먼저 꺼내는 일이 줄어들기도 하였다.
(현직 진짜 DJ 님들 존경합니다.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DJ라는 직업만 가지고 성공할 수 있는 DJ는 1%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진짜 자기가 음악을 만들고 프로듀싱까지 해서 자신의 곡을 디제잉까지 하는 DJ는 극히 드물며, 프로듀싱을 하지 않고 다른 프로듀싱 DJ의 곡을 믹싱을 하는 DJ로도 유명해지긴 하늘의 별따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명확한 본캐와 부캐가 나눠져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나의 DJ생활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줄 본캐가 꼭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현재 레이블 라드(DJ 크루)를 친구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우리 레이블의 강점이 무엇이냐?
우리 레이블의 모든 DJ들은 본캐를 가지고 있다.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 회사를 열심히 다니며, 물류와 특수사업의 이해도가 높은 나의 친구부터 고등학교 때부터 미용을 하여 몇십 년간 본캐를 지킨 미용실원장님, 작곡가, 또 다른 회사원까지 각자 자신의 본캐와 부캐를 잘 조합하여 자신들만의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본캐와 부캐로 나뉘면 본캐로 디제잉을 하시는 분들과 실력차이가 나지 않을까?
물론 무대 경력이나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기 때문에 차이가 날 수는 있다. 하나 진짜 전문가가 아니라면 그렇게 티가 나지 않는다. 단, 그런 모습이 티가 나지 않기 위해서 본캐처럼 평일에도 시간을 쪼개가면서 준비하고 연습해야 만한다.
그러기에 아직 우리 레이블의 모든 DJ들은 자신의 본캐와 부캐를 둘 다 아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어린 레슨생이나 연습생들이 가끔 물어본다.
“선생님 저는 DJ라는 직업을 가지고 싶어요.”라고 하면 딱 한마디 한다. 네가 만약 1%가 되지 않는다면 넌 누군가에게 아쉽고 싫은 소리를 해야 하는 일이 생길 거라고..
래퍼 타블로 님의 가족들이 음악 하는 걸 반대하는 행위를 반대하기 위해 명문대를 간 래퍼 타블로 님처럼
나도 이렇게 30대가 되고, 생각해 보니 꼰대가 된 것 같다. 허나, 이게 맞다. 어떠한 누구를 만나도 자신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본캐를 만들고 부캐를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본캐가 DJ가 되고 싶다면, 정말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1%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