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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PECT Sep 29. 2024

항상 밝은 사람

오늘은 많이 힘들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난 단 한 번도 어둡고 슬퍼 보인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ENTJ.. 90%에 가까운 E성향과 가지고 있는 이미지도 있고 말투나 어휘마저도 항상 밝으려고 노력했고 정말 조금도 힘든 내색을 안 하려고 노력한다. 성향의 문제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이 중요했던 거 같다.


그리고 자존심이 셌던 건지 나의 약한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게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또한 어렸을 때부터 밝은 표정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고, 그뿐만 아니라, 나중에 만약 내가 결혼을 하기 위해 며느리감을 데리고 온다면, 다른 것 하나도 바라지 않고 사랑받고 밝은 사람이길 원하시는 부모님의 바람처럼 나도 밝아야 된다는 그 생각 속에서 큰 거 같다.

그래서 항상 밝았고, 밝은 성향의 취미들 DJ, 액티비티, 사람들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즐기며 살아왔던 것 같다.


10대에는 그런 가르침을 거스를 큰 문제점들이 없던 거 같다. 뭐 학업의 스트레스, 연애, 그들만의 고민과 슬픔은 있었겠지만 그게 큰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다. 그런 걱정이 있다면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축구하고 게임을 하면서 소소하게 풀어나갔던 것 같다.


20대도 마찬가지이지만, 학업이 끝나고 첫 입사 그리고 첫 사회생활로 느껴보지 못하였던 책임감을 갖게 되지만, 그 또한 많은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던 거 같다.

그때는 크게 느껴졌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귀여운 고민이었던 것 같다.


30대가 되고, 그전보다는 정말 무게감이 다른 스트레스들이 작용하는 것 같다. 20대에는 나의 아이덴티티를 위한 또는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의 나를 위한 금전적 소비였지만, 30대에 사업을 시작하면서 다가오는 중압감은 무시 못하는 것 같다.


그전과는 다른 결혼을 전제하는 연애, 그전과는 다른 나의 사치를 위한 소비가 아닌 나의 업을 위한 소비와 대출, 하지만 열심히 하는 나의 노력에 비해 빗나가는 나의 모든 것들.


요즘 정말 많이 힘들다. 풀리는 일도 없고, 아무것도 나에게 행복감을 주는 게 하나도 없다.

평소에 좋아하는 여행을 가도, 낚시를 해도, 그렇게 좋아하는 음악 트는 것 마저도 즐겁지 않다.

힘든 일은 한 번에 찾아온다고.. 가족과의 관계, 끊어져버린 연애, 불분명한 나의 사업, 그렇다고 이걸 말할 수 있었던 친구들은 이미 가정을 꾸려 더 이상 고민을 말할 대상도 없는.. 그런.. 도시 정중앙에 살고 있지만, 무인도 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나보다 더 힘든 삶은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나는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20대 때 생각했던 거처럼 내가 40대가 된다면 지금의 힘듦이 추억이 될 수 있을까?

단 한 번도 자살하는 사람들을 이해해 본 적이 없다.

그럴 용기가 있었다면 조금 더 열심히 노력하고 밝게 지내보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만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해가 간다.


이런 모든 삶이 지겹고 어차피 혼자라는 걸 느껴서 아무도 없는 강원도 고성 겨울 바다 앞에서 11월에 혼자 한 달 살기를 하고 올 예정이다. 사실 그 한 달이 두 달이 될지 1년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내가 만약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면, 그땐 그 모든 슬픔마저 추억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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