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건 숙취뿐
캐나다는 수많은 아티스트를 배출 한 나라로 손에 꼽을 정도로 많은 아티스트들이 존재한다.
10대의 우상 에이블라빈, 저스틴비버, 힙합의 아이콘 위켄드, 드레이크, DJ 데드마우스, A-Trak 등 많은 사람들이 즐겨 듣거나 한 번쯤 들어본 음악의 주인공들이다.
이러한 아티스트들이 많이 배출된 나라라서 인지 크고 작은 페스티벌과 수많은 클럽들이 존재하고 그런 곳들은 나의 음악의 견문을 넓어주는데 큰 도움이 됐다.
별 계획이 없던 하루, 집에서 음악을 틀면서 자신의 믹스 셋(*직접 만든 플레이리스트)을 들으며 심취해 있을 때 캐나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친구가 전화가 왔다.
"야 오늘 유명 DJ가 와서 음악을 트는 파티가 하나 공짜 티켓 있는데 갈래?"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던 유학생인데 DJ에 관심까지 있던 나는 1초에 망설임도 없이 간다고 했다.
저녁이 되어 우리는 같이 갈 친구 한 명을 더 소집하고 다 같이 모여 머리에 왁스와 스프레이로 단단히 고정을 하며, "오늘은 꼭 외국인 여자친구를 만들어야지~" 하는 친구 1과 오늘은 술을 끝까지 달리겠다는 친구 2, 그리고 음악을 들어보겠다는 나 이렇게 셋은 각기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각기 다른 밝은 상상을 하며,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준비했다.
돈 없는 유학생들은 감당이 안될 클럽 술값을 미리 생각하고 집에서 츄파춥스 하나에 소주 한 병씩 병나발을 불고 토론토 지하철(TTC)을 타고 클럽으로 향했다.
우리가 간 클럽은 다운타운에 위치한 한 클럽,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때 당시 세계에서 제일 큰 클럽이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는 '거버먼트(gouvernement)' 클럽
7개가 넘는 클럽이 개미집처럼 줄줄이 연결되어 있었고, 연결이 되어 있던 클럽은 각 섹션마다 테크노, 트랜스, 하우스 등 다른 장르에 음악이 나오는 아주 큰 클럽이었다.
40분쯤 지하철을 타고 간 클럽 앞에는 유명 DJ가 온다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수많은 포스터가 바닥 벽 할 것 없이 붙어 있었고,
1000명이 족히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빼곡히 서있었고, 아직은 좀 쌀쌀한 날씨였지만, 마치 수영장에 온듯한 복장을 한 외국인들이 하나둘씩 입장을 하고 있었다.
이미 클럽 안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고, 레지스트 DJ(클럽 상주 DJ)들이 자신의 믹스 셋을 뽐내며 음악을 틀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MC가 큰소리를 외치면서 유명 DJ 소개를 했고, 마치 UFC선수가 당당하게 등장하듯 무대 위로 올라왔다.
시작부터 너무 큰 충격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얼굴을 노출하지 않는 DJ로 유명한 그 DJ는 자신의 아이덴티티 헬멧을 쓰고 첫 곡을 플레잉하기 시작했고, 시작하자마자 1000명이 넘는 모든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핸드폰을 들고 촬영을 하며,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한창 디제잉에 빠져있던 나는 무대와 가장 가까운 자리로 자리를 옮겼고, 디제이부스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세팅이 되어있던 그 클럽에서 마치 비행기 조정석만큼 버튼이 빼곡한 장비를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움직이며, 멋진 퍼포먼스로 한 시간 동안 플레이 하는 DJ를 보고 입을 벌리고 서있었다.
(아마 옆에서 입 벌린 날 본 사람이라면 어딘가 모질라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
유명 DJ의 공연이 다 끝나고 혼이 반쯤 빠져있을 때, 같이 왔던 친구가 아는 분이 여기 사장님과 친하다며 백스테이지에 들어갈 수 있다고 같이 가보자고 제안했다.
혼이 빠져있어서 사실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고 따라갔고, 백스테이지 문을 열자마자 아까 그 유명 DJ가 바로 앞에 서서 알지도 못하는 나에게 미드에서나 볼법한 인사와 핸드사인을 하며, 반갑다고 해줬고 나는 남아있던 혼마저 빠져 바닥에 주저앉을뻔했다.
그때 파티 주최자 같은 꽤나 포스 있는 백발의 백인 아저씨가 백스테이지에 있던 사람들은 다 같이 한잔하자며 샴페인과 보드카샷을 돌리고 있었고 얼떨결에 나는 그 잔을 받고 짠!을 하려는 순간 보고 말았다.
그 유명 DJ 데. 드. 마. 우. 스의 얼굴
그때까지만 해도 베일에 쌓여있던 그 얼굴..
왠지 나도 유명인의 친구가 된 것 같아 어깨가 하늘로 치쏟아서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기분이 얼마나 좋았는지 눈떠보니 집이었다.
(당일 백스테이지에는 그레이구스 50병과 삼페인 100병이 있었다고 한다.)
외국인 여자친구를 만들겠다는 친구 1은 실패, 술로 끝장을 보겠다고 했던 친구 2는 녹다운, 나 영혼 가출 즐거운 단풍국의 클래스가 파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