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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서제미 Oct 10. 2024

엄마이자 워킹맘의 형량은

지금은 어느 정도 될까

징역 3년,  집행유예 15년, 거기에다 평생 보호 감호.


징역을 사는 것도 모자라 집행유예에다 평생보호감호까지 받아야 하는 형량.


다름 아닌 이 땅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주부들의 현실을 표현한 것이다.


처음 이 글을 대한 순간, 이 땅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모습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해 놓은 글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의 탄생이 기쁨인 동시에, 여성들은 엄마라는 평생 감옥에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엄마이자, 일하는 여성들의 형량은 어느 정도일까?

라는 물음에 도달하자 모든 것이  아득해지며 4월 중순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사건이 떠올랐다.


" 이제  갓 넉 달이 지난 아이가 감기와 폐렴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가쁜 숨을 몰아 쉴 때, 아이를 봐주시는 분께  아픈 아이를 맡기고 돌아설 때, 고열 증세로 시달리는 아이가 출근하기 위해 일어서는  엄마에게 안겨 하염없이 울어댈 때, 몸이 아파 밤새 보채다 새벽녘에야 겨우 잠든 아이에게 옷을 주섬주섬  입히고 아이를 맡기는 집으로 향할 때, 심정은 겪어 본 분들이라면 모두 동감하실 것입니다."


결혼 7년 만에 고생해서 얻은 소중한 아이였다. 태어난 지 4개월이 지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육아휴직을 신청하러 갔다가 상사에게 모욕을 당한 아내를 대신해 남편이  아내가 육아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올린 글 중 일부다.


이 글에는 부모와 아이의 고통이 고스란히 들어있으며 육아휴직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까지 반영되어 있다.


아이들에게서 문득문득 엄마의 빈자리가 느껴질 때, 직장여성은 한없이 쓰린 가슴을 쓰다듬어야 한다.


과연 땀 흘려 일하는 직장여성이자 엄마인 이들의 형량은  어느 정도일까.


이 글은 2003년 5월 13일 화요일 내일신문에 기고했던 글이다.


21년 전, 일주일에 한 번 또는 이주에 한 번씩  필진들이 돌아가면서 썼던 기억이 있다.  


'징역 3년,  집행유예 15년, 거기에다 평생 보호 감호.' 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었다는 것을 이 글을 통해 새삼스레 알게 되었다.


다시 읽어보니 급하게 쓴 흔적이 그대로 보인다. 수정을 거치지 않은 날 것 자체인 문장들이 읽는 내내 거슬렀다.  하지만, 그때 당시 워킹맘에 대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육아휴직은 물론이고 산전 후휴가도 눈치가 보여 제대로 쓸 수 없던 시절이었다.  직장 동기 중 한 명은 산전 후휴가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나와 일을 하기도 했다.  아이를 낳은 지 한 달이 지나자마자, 출근을 하라고 해서 미처 회복도 되지 못한 몸으로 출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그것이 현실이었다. 공공기관에서도 이랬으니 일반 사기업은 어땠을까?  임신이 되면 해고를 하는 것이 비일비재했다.



20년이 지난 후 달라진 건


2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2003년에는 육아휴직 자체가 흔하지 않았고, 육아 자체를 개인의 문제로 여겼다.  


2024년에는 육아휴직제도가 엄마에서 아빠까지 확장이 되었고, 유연근무제 등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되어 워킹맘들이 직장과 가정에서 좀 더 유연하게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사회에서 바라보는 인식도 크게 개선이 되었다. 워킹맘을 지지하고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아빠들이 육아에 참여하는 빈도가 증가하면서 가사노동과 육아를 더 이상 여성 전담으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



여전히 같은 건


2003년과 2024년 모두 워킹맘들에게  경력단절은 여전히 큰 문제다.


2003년에는 출산과 육아로 인해 직장을 떠나는 일이 빈번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해결할 사회적 안정망등을 비롯한 시스템이 부족했다. 육아휴직기간 동안 경력을 이어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2024년에는 육아휴직제도 등 시스템이나 사회적 안전망이 강화되었다고는 하나 경력단절에 대한 위험은 여전하다.  가장 큰 문제는 공백이 생길 경우 직장 복귀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빠른 기술 발전으로 인해 공백기간을 따라잡기 쉽지 않기 때문에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느끼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KBS자료에 의하면, 2003년 기혼 여성의 경력단절 주된 이유가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이었으며 육아는 경제활동은 중단하게 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였다.  여성들의 경력단절 비율은 40% 이상이었고 결혼과 육아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렇다면 2024년 상황은 어떤가?  2003년에 비해서는 나아졌지만 여성이 육아로 인해 경제활동을 중단하는 비율이 30%로 나타나고 있다.  고용률은 높아졌지만 육아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


20년 사이에 다양한 정책과 사회적인 인식변화는 워킹맘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앞으로도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는 육아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할 과제라는 데 이견을 보이는 사람은 없다.  



2024년 워킹맘의 형량은 과연 어떨까 


2003년 이 땅에서 엄마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징역 3년, 집행유예 15년, 거기에다 평생 보호감호'였다면, 지금은 어떨까?


그때에 비하면 많은 것들이 나아졌다.  다양한 정책들이 나왔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회적인 인식도 달라졌다.


하지만, 여건은 여전히 팍팍하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비중도,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비중도 더 높아졌다.


여기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겠지만, 더 이상 깊숙이 들어가지는 않겠다.


2024년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엄마이자 워킹맘의 형량은 과연 어떨까?.


나는 매일 기도를 한다.  그 기도 안에는 젊은 세대들이 희망과 꿈을 가질 수 있는 사회, 결혼도 출산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원하는 간절함이 들어 있다.


우리 자식들은 더 나은 시스템과 환경 속에서 살아가기를 희망하는.


어쩌면 워킹맘을 떠나 엄마라는 감옥은 이 땅에 있는 한, 지고 가야 할 행복한 굴레이자 영원한 보호감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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