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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Jun 02. 2024

‘이것’만은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키웠더니.

    

나는 결혼하면 아이를 4명 낳고 싶었다.

첫 딸은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왔다. 병역 특례업체를 다니고 있었던 H는 화장실에서 임신테스트기를 들고 나오는 내 모습을 궁금하듯 바라봤다. 

“두 줄이야.”

걱정과 기쁨이 교차됐다. 사실 겁도 났다. 내가 과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내 짝꿍 H는 돌이 안된 딸을 손바닥 위에 올렸다. 천진난만한 딸은 꺄르륵 꺄르륵 웃었다. 난 떨어질까 봐 조마조마했다. 

입을 삐죽이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딸을 보려고 일부러 울게 만드는 H는 우리 딸이 세상에서 제일 이쁜 줄 알았단다. 딸은 컴퓨터 책상 의자에서 떨어져 팔이 골절 된 거 외에는 아프지 않고 잘 자랐다.     

둘째는 반드시 계획해서 낳아야겠다고 생각했다. 3살 터울로 계획하고 8개월 정도를 기도했다. “하나님 저도 시어머니 한번 해보고 싶어요. 아들도 키워 보고 싶어요. 좋은 시어머니 될게요” 기도는 응답받았다. 아들은 중이염으로 6년 정도 고생했지만 건강히 컸다.

두 아이가 비교적 건강하게 자랐음에도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힘들어 자연히 다자녀의 꿈은 사그라들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잘한 것은 책 읽는 습관을 어렸을 때 익혀준 것이다.

결혼 후 우리 집 경제적 상황은 10년간 어려웠다. 

책을 사주기보다는 『아이북랜드』를 통해 일주일에 두 가방을 주문했다. 딸은 8살, 아들은 5살쯤이었다. 2010년 10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총 1,840권을 빌려 읽었다. 구매해서 읽은 책까지 합하면 2,000권은 훌쩍 넘는다.

한 가방에 3권의 책을 문고리에 걸어주고 일주일 후에 다시 걸어 두는 방식이다. 글씨가 많아지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일주일에 2권을 읽었다. 미취학 아들에게 수시로 그림 동화책을 읽어줬는데 통글씨로 한글을 뗐다. 

“엄마 한 번만 더 읽어줘! 더 읽어줘!” 

저녁마다 떼를 쓰는 날이 많았다.     


나는 중학생 때 친구 가족들이 예배당 의자 한 줄에 앉아 예배드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소원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대가가 따랐다. 취학 전 아이들 집중력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스케치북과 색연필도 가져가 봤다. 달래도 보고 약간의 협상도 시도했다. 그럼에도 두 아이들의 산만함 때문에 우리 부부조차 말씀 듣기가 어려웠다.

‘내가 욕심을 부렸나. 그냥 주일학교 예배만 드려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나의 행복감을 위해서도 있었지만 말씀으로 하나님을 알아가길 원했고, 믿음이 자라 가려면 말씀이 필수라는 것을 알았기에 강행했다.


마음이 간절하니 방법이 떠올랐다! 

말씀을 듣고 난 후 성경퀴즈를 내는 것이다! 두 아이 어릴 때 꾸준히 한 훈련 중 하나다.

그 시간 들은 말씀 안에서 맞추기 쉬운 수준으로 문제를 출제해서 통과하면 용돈을 줬다. 용돈은 500원 정도 였다. 나중엔 1,000원으로 인상해 줬다.

이 훈련으로 아이들은 말씀을 잘 듣게 됐다. 덤으로 성경을 통해 글의 문맥을 이해하고 주제를 파악했다.

중고등학생 시절에도 아들은 게임은 하지 않고 틈나는 대로 핸드폰으로 책을 읽었다. 독서 편식은 좀 했지만 중학교까지는 종이책을 꾸준히 읽었다.

아들은 중2때 교내 성폭력 관련 시 대회에서 금상을 탔다     



꽃 잎

                                                                         김 도 한

꽃잎이 떨어진다

거센 바람 때문에

바람이 사과한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하면 어쩌나

이미 꽃잎은 떨어졌는데

사과하면 어쩌나

이미 꽃잎은 떨어졌는데.     



독서가 정신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보면 책 읽기는 강력한 스트레스 감소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단 6분간의 독서만으로도 심박수가 느려지고 근육이 이완되어 스트레스 수준이 크게 낮아진다.

정기적인 독서는 뇌의 인지 기능을 강화시킨다. 뇌는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활동은 뇌의 신경망을 활성화시키고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책을 통해 다양한 인물과 상황에 대해 읽음으로써, 독자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는 실제 생활에서의 공감 능력과 대인 관계 기술 향상으로 이어진다. 독서는 집중력과 주의력을 강화시키는 활동이다. 또 자기 자신과의 대화의 시간을 제공한다. 다양한 캐릭터와 상황에 공감하고, 그들의 결정과 갈등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재고하게 된다. (스테이 건강 상식참고)     

내 자녀가 책을 가까이하고 읽었으면 하는 것은 대부분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그럼에도 정작 부모는 1년에 책을 1권도 읽지 않는다. 독서가 심지어 정신건강에도 유익하다는 결과가 있음에도 말이다.


에세이 글쓰기 수업을 시작하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책을 좀 더 읽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매주 금요일에 현재 읽고 있는 책과 인상 깊은 부분을 사진 찍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기까지 나의 자녀에게 독서를 강조하던 우리는 왜 책을 읽지 않는 것일까?

고등학생까지 강제로라도 읽었던 책을 성인이 되면서 우리 아이들은 책을 놓은 것일까?     



어느 날 대학생 딸이 말했다

“엄마! 책 꾸준히 읽어서 그런지 어휘력이 또래 친구들에 비해 좋은 거 같아요!  친구들이 저한테 그런 단어를 어떻게 아냐고 의아해하더라구요. 성경도 한몫한 거 같아요!”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분이라면 독서 습관을 익히는데 마음을 쏟으라고 권하고 싶다.

부모가 먼저 책을 가까이 하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단지 생활기록부에 올리기 위한 목표가 아니다. 사는 동안 숨을 쉬듯, 밥을 먹듯이 일상에서 독서의 영향력을 반드시 맛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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