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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냐노 파스타 공장 실종 사건

파스타 파스꾼 파엘라

파스타의 성지, 그라냐노를 찾았다. 

마을 한복판에 덩그러니 자리 잡은 광장에 섰다. 한 세기 전에는 기다란 파스타를 말리던 진풍경이 연출된 곳이다. 너른 광장에 빨래처럼 파스타를 건조하던 그 많던 파스타 공장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마르코니 광장에 홀로 남은 파스타 파수꾼 파엘라 현관에 들어섰다. 

광장을 에워싸며 길게 줄 지어선 건물 한쪽에 터 잡아 살던 파엘라 가문이 건조 파스타를 본격 생산한 것은 1907년부터다. 빛바랜 흑백 사진에는 막대기에 걸어 말리던 길쭉한 파스타 더미가 보였는데, 마치 어린 시절 동네에서 본 국수 가닥처럼 보였다.



파엘라 대표 세르지오는 광장을 가리키며, “어린 시절 저곳에서 여러 파스타 공장들이 막 생산한 파스타를 줄을 지어 말렸다”라고 회상했다. 이제는 갓 만든 파스타를 광장에서 말리는 풍경은 사라지고 없다. 여전히 이 역사적인 광장에서 파스타 공장을 운영하는 파엘라는 꼭 파스타의 박물관 같다. 세대를 이어가며, 한 세기 전의 시설을 여전히 사용하여 각종 파스타를 뽑아내고 있다. 


그라냐노는 파스타의 본향이다. 물 좋고 산 좋은 그라냐노는 예로부터 파스타 생산으로 유명했다. 오늘날 유럽의 파스타 수도로도 불리는 그라냐노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녔다. 아펜니노 산맥의 산기슭에 위치하여 밤낮으로 바닷바람과 산 바람이 쉴 새 없이 불고, 일조량이 풍부하여 탁월한 건조 능력을 갖췄다. 또한 샘과 개울은 깨끗한 물을 공급한다. 


그라냐노가 파스타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 뿌리가 있다. 파스타의 기원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 무덤에서 출토된 여러 유물 중 하나를 이렇게 해석한다. 그것은 톱니 모양의 밀대로, 학자들은 납작해진 반죽을 조각으로 자르는 데, 이 밀대를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라냐노가 파스타로 자리를 잡게  데에는 나폴리 국왕의 힘도 한몫했다. 1845 페르디난도 2세는 그라냐노 파스타를 궁에 납품하도록 허용했다또한 1885년에는 나폴리까지 연결되는 기차가 생겨 수송이 용이 해져 물동량이 늘었다.  그라냐노 파스타는 나폴리뿐 아니라밀라노, 피렌체 같은 큰 시장에 접근할  있게 되었다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각종 식재료 대회에서 최우수 브랜드로 인정받는 파엘라에게 그라냐노 파스타의 조건을 물어보았다 우선 파스타는 밀가루와 물만 있으면 된다. 물은 뒷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이용하고, 밀가루는 듀럼밀을 분쇄하여 얻은 세몰리나여야 한다. 파엘라는 우선 풀리아 지방산을 고집한다. 밀밭에서 재배한 여러 종류의 밀로 가공된 세몰리나를 새벽에 배송받아 그걸로 반죽을 한다. 전날 제분한 거라 아주 신선하다. 


둘째로 파스타 모양을 만들 때에는 청동으로 된 틀을 통해 뽑아낸다. 긴 파스타든 짧은 파스타든 모두 특정한 형태의 청동틀을 통한다. 반죽이 틀을 빠져나올 때 금속의 힘에 눌려 파스타 모양이 살짝 오목하게 되고 표면은 거칠게 형성된다. 파스타가 미세한 틈으로 힘겹게 삐져나온다고 표현할 수 있다. 파스타가 이래야 소스가 잘 붙고, 씹을 때 느낌이 좋다. 


셋째로는 건조 시간이 중요하다. 고온이면 빠르게 저온이 느리게 건조된다. 어떻게 건조하는 게 맛이나 영양에 좋을까. 답은 간단하다. 최대한 저온에서 말리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파엘라는 최대 60시간 이상을 건조한다. 파스타 제조의 시간 대부분이 이 건조 시간이다. 파엘라는 상당히 오래 건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량으로 생산되는 파스타는 건조시간이 짧고, 청동틀을 통하지도 않는다. 그런 파스타는 색깔이 보통 노랗게 보인다. 이는 보통 1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건조해 열화가 생긴 탓이다. 


건조 방식이나 건조 시간은 실질적으로 파스타 생산 철학이 담긴 중요한 과정이다. 파스타 원산지 표시 ‘메이드 인 그라냐노’의 조건을 충족하는 많은 파스타 브랜드들도 이 대목에서는 서로 많이 다르다. 무모하게 이틀 이상을 허비하다시피 하며 서서히 건조하는 재래식이 있는가 하면, 130도를 웃도는 고온처리도 마다하지 않는 업자들도 있다. 


원산지 그라냐노에서도 브랜드 별로 공장 별로 차이가 있다. 파엘라는 최고 50도를 넘지 않는 저온 건조법을 고수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매일 2톤 이하의 파스타를 생산하는데 반해, 고온 건조하는 브랜드들은 하루에 150-200톤을 생산한다. 그라냐노 원산지 표시의 파스타는 법적으로 모두 이탈리아산 듀럼밀을 쓰고, 또 그걸 제분한 세몰리나로 반죽하고, 청동틀로 분출 성형을 하지만, 건조 시간만은 사뭇 다르다. 대형 브랜드들의 목소리가 더 크기 때문이다. 


그라냐노 마르코니 광장에 있던 그 많던 파스타 공장들은 어떻게  것일까 공장들은 그라냐노를 탈출했을까파엘라의 외침을 들으면 수긍이 간다새벽 배송된 세몰리나를 물에 섞어 반죽을 만들고, 청동틀로 스파게티, 파케리, 펜네 등을 뽑고, 그것을 높지 않은 온도로 오랫동안 말리고 또 말려서 손으로 포장지에 적당량을 붓고 마감을 하는 그 모든 과정이 온통 수작업의 연속이다. 세르지오는 “우리 선조들이 우리 부모님들이 만들던 방식을 나는 그대로 따라 할 뿐이다. 더 좋게 할 자신도 없고, 더 좋은 방법도 없다고 생각하다.”  


그는 또 “이 광장과 상관없는 일부 파스타 회사들이 엄청난 규모의 설비를 통해 파스타를 대량 생산하면서, 자신들 홈페이지에 마르코니 광장의 옛 사진을 전가의 보도처럼 쓰고 있다”며 안타까워한다.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 가보면 안다. 파스타 한 봉지 값이 얼만지. 노란빛이 돌고, 표면이 매끄러운 파스타 한 봉지와 옅은 베이지색을 띠며 표면이 거친 한 봉지가 얼마나 가격 차이가 나는지 알게 된다. 그 많던 파스타 공장들은 모두  실종된 것이다. 


다음에는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에 나타난 파스타 이야기를 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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