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 결성된 검은 수탉 연합체
1924 - 2024
올해 100주년을 맞은 키안티 클라시코 생산자 조합
키안티 클라시코 생산자 조합 (www.chianticlassico.com)이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그러니까 1924년에 결성되었단 말인데, 이는 와인 생산자 조합으로 세계 최초의 일이라고 조합은 말한다. 100년은 감개가 무량해지는 시간이다. 사람의 생애를 초월하는 긴 시간이다. 100년을 지냈으니 그동안에 얼마나 많은 희로애락을 겪었으며, 변화와 성장 그리고 투쟁과 합의를 이뤄냈을까.
키안티 클라시코 생산자 조합이 맞이하는 100주년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가장 오래된 생산자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조합의 정확한 정보들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여전히 키안티와 키안티 클라시코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아직도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을 만들 때 청포도를 혼합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조합은 그런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을 불식시키고, 확실한 정체성을 확보해서, 지역 대표 와인으로 성장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때는 조합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하나여도 부족할 판에 둘로 나뉘어 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시절도 겪었다.
생산자들 간의 의견수렴체인 조합의 나이가 한 세기를 기록할 정도이니, 그간 쌓인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 탁자 위에서 오간 고성과 환호, 타협과 불협이 기억의 깊숙한 데에 가라앉아 있을 것이다. 생산자들의 개별 역사는 또 얼마나 유구할까.
키안티 클라시코는 피렌체를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다. 피렌체 역사에 등장하는 와인의 실존은 책 속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피렌체를 중심으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 키안티 클라시코는 그 역사를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환하게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시내 중심가에서 건축물에서 카페에서 그리고 장엄한 교회의 프레스코화에서도 실존하는 키안티 클라시코의 흔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피렌체가 온몸으로 알려주는 키안티 클라스코의 스토리를 찾아보자.
키안티 클라시코의 상징은 검은 수탉이다. 그래서 검은 수탉은 바로 키안티 클라시코다. 이제 웬만한 와인 소비자들은 검은 수탉 로고를 알아볼 줄 안다. 이 로고는 언제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검은 수탉은 한 회화 작품에서 나온다.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의 저자이자, 우피치를 건축한 조르지오 바사리가 시청사 건물인 팔라초 베키오의 천정에 그린 여러 그림에 등장한다. 1565년의 일이다. 검은 수탉의 유래는 미술사적으로도 확실하게 밝혀졌다. 사진에서 화살표로 표시했다.
와인으로서의 키안티’란 명칭이 최초로 언급된 출처가 있다. 이는 마쩨이 가문 (카스텔로 디 폰테루톨리에서 키안티 클라시코를 양조한다)의 서신 문서에서 비롯된다. 1398년 12월 16일이라 명기된 이 문서에서 가문의 실력자 라포 마쩨이는 키안티 배럴 여섯 개를 팔고 일정액을 받았다는 문서에 공증인으로서 서명을 했다. 당시 마쩨이는 법조 길드 (판사와 공증인들의 길드)에 속해 있었다. 이것은 사실 도서 <프라토의 중세 상인>의 주인공인 거상 프란체스코 다티니가 한 유력한 자에게 이 와인을 판매한 것을 증거 하는 기록물이다.
피렌체는 길드로 유명하다. 피렌체 대성당도 모직물 길드가 건립하였다. 그들은 길드'라는 연합체를 형성하여 피렌체 산업의 발전을 이끌었고, 브루넬레스키를 고용해 세계적인 건축물 두오모 성당을 세웠다. 피렌체는 당시 여러 길드들이 활발하게 정치 경제적으로 활동을 했는데, 와인 길드도 있었다.
이탈리아의 대표 와인 브랜드 안티노리가 이 와인길드의 대표를 맡은 적도 있다. 피렌체 시내 한복판에 있는 팔라초 안티노리 (안티노리 궁전)에는 이를 기념하는 와인길드 명패 (사진)가 지금도 박혀 있다. 이러한 길드의 유산은, 오늘날 키안티 클라시코의 와인 농부들이 가장 먼저 생산자 조합을 결성하게 한 원동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