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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서부터 타오르고 있어요!

타오르미나

모파상은 “누가 시칠리아에서 딱 하루만 지내야 한다면 어디로 갈 거냐라는 물음에, 주저하지 않고 타오르미나의 그리스 극장이라 말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 극장은 전세계를 통들어 결코 다른 곳과 비교될 수 없는 너무나 경이로운 장소에 있기 때문에 그곳 이외의 다른 곳에는 위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괴테는 “다른 어떤 극장에서도 타오르미나의 그런 광경을 본 관객은 없다”고 기록했다. 



극장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해안을 따라 철로가 달리고, 그위에 기차역이 있고 역 주변에 작은 마을이 있다. 과거 낙소스로 불린 이 마을에서 시칠리아의 그리스 문명이 출발했다. 현재의 지명은 지아르디니 낙소스다. 여기 해변 마을에서 내륙을 향해 올려다보면 마치 성난 수소처럼 보인다고 해서, 타오르미나(그리스어로 수소인 타우로tauro에서 변형)라는 이름이 생성되었다. 즉 타오르미나는 절벽같이 가파른 경사면에 조성되었다. 

타오르미나는 특히 그랜드 투어 시절 장거리 여행을 마다하지 않는 열혈 젊은이들의 행선지였다. 뜻있는 귀족들의 발걸음이 도처에 남아 있을 법하지만, 그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여행을 계획하던 그들은 어느날 타오르미나에 꽃혀버렸다. 몇년 전에 도산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여행사 토마스 쿡의 여행상품 안내 책자에 실린 여러 컷 때문이다. 그 책자의 풍경 이미지가 젊은이들의 심장을 타오르게 했고, 그들을 타오르미나로 불렀다. 

그 이미지는 독일 예술가 오토 겔렌이 그린 사실주의 회화 작품이다. 그는 타오르미나의 풍경 특히, 에트나, 그리스 극장 등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과연 이런 풍경이 이세상에 있단 말인가’ 사람들은 그 책자를 보며 반신반의하면서도 손에서 뗄 줄 몰랐다. 


오토 겔런은 1863년 오늘날 타오르미나에서 가장 오래된 유서 깊은 호텔 티메오에 머물렀다. 이 곳은 극장으로 바로 연결되는 오르막 초입에 위치하며, 1850년부터 손님을 받았다. 이후 무수한 유명인들의 숙소가 되었다. 그 중에는 타오르미나 전체가 추앙하는 한 여성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플로렌스 트레블런 (Florence Trevelan)이다. 티메오 호텔과 바로 이어지는 공립 공원에 그녀의 동상이 있다. 

그녀는 빅토리아 여왕의 아들 에드워드 왕자와의 염문설로 인해 귀족 사회에서 추방당했다. 여왕은 입막음을 조건으로 그녀에게 세계 여행을 할 수 있는 지원금을 제공했다. 플로렌스는 여러 나라를 다니다가 타오르미나에 도착했고 그 매력에 빠져 결국 정착하였다. 플로렌스가 첫날 밤을 세운 곳도 역시 티메오 호텔이다. 그녀는 이후 호텔 근처에 저택을 짓고 지역인과 혼인하여 영원한 타오르미나인이 되었다. 

관광객으로서 그리스 극장 다음으로 꼭 가야할 데가 있다. 바로 플로렌스가 조성한 영국식 정원이다. 호텔을 왼편으로 끼고 좁다란 내리막 길을 가면 만난다. 그녀가 세계 여행을 하면서 인상깊었던 나무들을 구하여 꾸민 이 정원은 시간을 내어서라도 꼭 방문해야 한다. 공원을 거니는 것만으로 힐링이 된다. 공원으로 가는 도중에는 유명 카페나 상점들이 365일 문전성시를 이룬다. 


에드워드 왕자는 결국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7세로 즉위하였다. 그는 플로렌스를 만날 심산이었는지 삼년에 걸쳐서 매년 한 차례씩 왕립 요트를 타고 타오르미나를 방문했다. 첫방문 외에 그녀와의 재회가 또 이뤄졌는지는 알 수없다. 왕이 세번째 방문했을 때에는 이미 플로렌스는 작고했기에, 지극한 연민이라 추측하지 않을 수없다. 

무수한 타오르미나의 로맨틱 스토리중에서 영국 작가 DH 로렌스의 작품은 가히 폭발적이다. 세기적인 선정적 러브 스토리, <차타레 부인의 사랑>이 거기서 쓰여졌다. 땡볕이 내리쬐는 더운 여름날의 올리브밭, 갑자기 쏟아지는 폭포수 같은 소나기, 건장한 시칠리아 남정네 등은 타오르미나 농가의 전형적인 여름을 떠올리게 한다. 


니체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집필한 곳도 여기다. 수많은 예술가와 작가들이 타오르미나를 방문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동부 시칠리아에 묵을 만한 호텔이 여기를 제외하면 변변치 않았기 때문이다. 피카소, 코코 샤넬, 크리스티앙 디올, 클림트, 달리, 알렉산더 뒤마, 헤밍웨이, 존 스타인벡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노벨상 수상자만 해도 최소 열한명이 넘는다. 그들은 항구로 들어와 비탈진 오르막을 당나귀에 의지해서 올랐다. 이런 인물들의 빈번한 발걸음에 힘입어 오늘날 타오르미나는 도서 축제와 영화 축제로도 유명하다. 


케이블카를 타고 해변까지 내려가서 올려다보면, 수소 모양의 타오르미나 봉우리 중 나머지 반쪽 카스텔몰라 마을이 보인다. 이는 절벽위에 건설된 타오르미나 보다 이삼백미터나 더 높은 봉우리에 조성되어 더 험하다. 눈에 빤히 보이는 지척이지만, 도보로는 열배 이상 멀다. 한여름에 타오르미나에서 카스텔몰라까지 걸어 오르겠다면 정말 말리고 싶다. 도중에 뜨거운 햇빛을 피할 만한 공간이 거의 없다. 계속 꼬불꼬불하고 이글이글거리는 포장도로를 걸어야 한다. 옛날에는 나귀를 탔지만 오늘날에는 렌터카로 곧장 갈 수 있고, 우스꽝스런 세발 택시도 있다. 화려하게 채색된 이 택시는 마치 모파상이 감탄한 옛수레의 현대판같다. 마을 꼭대기에 위치한 피자집은 자신들이 한세기 전에 개발한 아몬드 와인을 자랑스럽게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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