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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재 이진주 Apr 29. 2024

커피의 유혹

커피 바르스타를 꿈꾸며

쓸쓸한 날이 있으면 즐거운 날도 있겠지.

작년 12월에 우연하게 시작한 커피바리스타 공부가 참 재미있다.

겨울바람이 차갑게 불고 있으나 틈새를 비집고 달려드는 바람은 매정하지만은 않다.

아마도 멀리서 봄이 오고 있기 때문 일 것이다.

언제나처럼 두터운 패딩을 입고 목도리로 찬바람을 막으며 가죽장갑에 방역 마스크로 무장하고 학원으로 향했다. 햇살은 폭죽처럼 발길에 쏟아지니 발걸음도 즐겁다.

걸어서 3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를 운동삼아 걸어 다니고 있다.

나는 좀처럼 이렇게 먼 거리를 걸어본 적이 없다. 집밖에만 나와도 차를 타고 이동하던 때와는 확연히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정년퇴직 후 두려움과 방황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목적지도 없이 나서는 발걸음은 아니었다.

한참이나 나는 내 앞에 드리워진 시간들 속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찾지 못하기도 했다.

다만 현직에서 살아왔던 방식대로 막연한 생각에 기대어 보았다.

“성실함과 인내가 답이다.”라는 나의 삶의 실천의지가 여전히 남아있다.

하루 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면서도 갖은 고민이나 어떠한 계획을 준비하지도 않았다.

퇴직 이후 제2의 인생을 빛나게 살아야겠다 가끔은 중얼거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꼭 멋진 노후를 보내고 싶은 열망이 있어서 무엇인가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뭔가를 해야 한다는것에는 동의 하므로 이 일이라도 시작하기 참 잘했다 생각한다.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시던 나는 커피를 만들어 주던 어느 바리스타의 움직임을 보게 되면서 묘한 매력에 끌리게 되었다. "그래, 나도 커피바리스타가 되어 보는 거야."

물론 힘들고 지루한 길이라고도 언 듯 생각은 했지만 "아자, 도전하는 거야." 하며 나에게 최면을 걸었다.

그렇게 망설임 없이 학원 문를 열고 들어가 수강 접수를 마쳤다.

약 2개월 과정의 커피수업은 나의 자존감을 세워 주었고 나름 재미있는 수없이 되었다.

나는 또 다른 세상을 향하여 매일 수업시작 시간에 늦지 않도록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가 끝나 가지만 아직도 마스크 한 얼굴로 서로의 얼굴 윤곽만으로 인식하고 인사를 나눈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제일 먼저 와 계시는 선생님과 인사를 나눈다.

나는 항상 제일 먼저 오는 것은 아니지만 한 두 명 정도 먼저 와 있는 동료들이 있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선생님께서 “오늘의 모닝커피, 드실 분?” 하신다.

나는 “저요, 감사합니다.”인사를 하고 에스프레소 한잔을 건네어 받는다.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자기 기호에 맞게 얼음이나 따뜻한 물을 타서 아메리카노로 마시면 되었다.

어느새 2주를 지나고 나니 나름 커피 향의 즐기는 법과 커피 추출에 대해 재미가 몸에 붙었다.


이렇게 커피추출과 음료 만드는 과정을 배워가고 있다.

다양한 커피음료 제조 과정을 배우면서 미묘한 차이가 커피의 향미를 결정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대체로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시키고 바리스타가  내어 주는 대로 마시게 된다.

그맛과 향이 다른더라도 말이다.

어떨 때는 약간 신맛이 있고 어떨 때는 약간 쓴맛이 있어 마실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는다.

커피는 쓴맛, 단맛, 신맛, 짠맛, 떫은맛이 있다고 한다.

이 다섯 가지 맛은 인간의 감각기관에서 느껴지는 것으로 여러 가지 향미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커피는 수많은 생산국가에 따라 다르고 생산지의 기후나 환경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또한 생산연도나 로스팅하는 과정, 브랜딩 하는 방법에 따라 천차만별의 커피 음료의 향미를 결정하게 된다고 했다. 커피 음료를 만드는 바리스타의 기술적인 부분도 있지만 피 콩의 선택과 저장방법, 브랜딩과 로스팅에서 전혀 다른 향미를 느끼게 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커피 바리스타는 고객의 기호에 일일이 맞춤 음료를 제공할 수는 없고 가장 보편적이고 일률적인 음료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커피는 대중적인 음료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커피를 추출하는 바리스타나 각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다르게 음용되는 음료이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복잡 다양한 생두와 제조 과정에서 다르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진짜 커피맛은 이것이다라고 단정 할 수 없음도 알게 되었다.

커피를 배우기 전에는 커피는 단순하게 추출해서 만들어지는 줄로만 알았었다.

또한 커피는 추출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향미를 느낄 수 있다고 전해지는 이야기로만 알았다.

커피음료제조는 단순하게 기계추출과 핸드드립으로 구분하는 데 그 또한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추출도구나 시간 온도등에서도 다양해질 수 있고 그라인딩 하는 분쇄 정도나 추출시간에서도 전혀 다른 향미를 보여준다고 했다. 또한 커피의 오랜 역사에서 전해오는 커피음료 추출기구들도 생소할 정도로 다양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커피를 추출하고 다양한 맛과 향을 느껴 보는 수업이 계속 진행되고 차례로 실습도 진행되었다.

다양한 커피 음료를 추출해 보면서 추출방식에 따라 맛과 향이 다름도 느껴 보게 되었다.


커피는 일반적으로 집에서 가장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봉지커피(믹스커피)와 카페에서 맛볼 수 있는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카푸치노, 에스프레소 정도였다. 하지만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가지 커피음료를 만들어 내놓을 수 있다는 것도 공부하니 참 유익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의 문화생활에서 커피는 중요한 역할을 했고 갈수록 커피 애호가들의 커피에 대한 연구와 노력으로 더욱 맛있는 향미를 담은 커피를 맛볼 수 있음에도 기대가 크다.

얼마 전에 모처에 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그곳 바리스타의 추천으로 우연히 마시게 된 아이스에스프레소는 그 향미가 지금껏 먹어본 커피 중에 최고였다.

그 카페 바리스타의 나름의 레시피로 만들어 준 커피 한잔이 한해를 살아가면서 달콤함과 그 여운이 내 삶에 반영되기를 바라는 응원과도 같았다. 오랫동안 그 향미를 잊을 수 없었다.

이처럼 커피 바리스타는 영업적인 측면에서 기계에 의한 추출만 할 것이 아니라 핸드드립으로 수많은 시도와 노력을 통해 진정한 커피의 향미를 만들어 내는 기술을 연마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커피는 종합예술이다.”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세상과의 소통, 멋과 풍미, 사람과 정서, 사랑과 이별, 고독과 그리움, 낭만과 추억, 이 모든 것들이 담겨있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정원이 아름다운 카페를 찾고 있다. 커피는 그 본연의 향미뿐 아니라 자연과 낭만이 함께하는 힐링도 제공해야 하는 것 같다.

요즘 대형화된 카페에서는 커피음료값이 많이 올랐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커피값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커피의 퀄리티도 올리는 바리스타의 전문성도 인정되어야 할 것 같다.

힐링이 있는 커피 향과 감성을 뿌려놓은 잔디와 나무들이 조화롭게 서있고 간혹 하늘에 평화로운 구름 한 점 떠있는 그런 곳이면 더욱 좋다.

가끔은 내가 그곳에서 커피음료를 만들어서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즐겁다.

겨울바람은 조용히 불고 하얗게 내린 서리는 양지쪽에만 녹아 촉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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