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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재 이진주 Apr 04. 2024

그 둠벙은 어디에

내 이름은 둠벙

농부의 턱수염을 한 

논두렁 지나다 귀퉁이 한켠에

조건 없이 받아 생명을 담는 원천

금개구리 알을 담아두는 둠벙이 있다.     


가랑이 사이로 흘러 음산한 도랑 끝

흘러오는 세상풍파 담아두어

온 동네 평화를 기원하는 곳

새뱅이 잠자리 유충도 키워주었다.     


찬서리 그 깊은 설빛에도 견디며 

잔챙이 붕어, 올챙이, 온갖 생명 품어 두었다

노랑 창포 피는 날에

논고둥 잡던 가시내들은 어디에 있을까.    


건너섬 산등성이 꼴딱 넘는 해거름에

달님도 배시시 웃음 지으며 살랑거린다.

앞도랑 지나면 볼 수 있으려나 

마음 변하지 않은 보금자리 둠벙이 그립다.   


저녁 어스름에 색 바랜 연무 얹어 흐릿하다

어쩌다 별빛 쏟아지면 너는 어디로 갔는지

우리의 혼을 담아놓은 둠벙에 날이 새면

부질없는 매캐한 세월만 야속타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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