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둠벙
농부의 턱수염을 한
논두렁 지나다 귀퉁이 한켠에
조건 없이 받아 생명을 담는 원천
금개구리 알을 담아두는 둠벙이 있다.
가랑이 사이로 흘러 음산한 도랑 끝
흘러오는 세상풍파 담아두어
온 동네 평화를 기원하는 곳
새뱅이 잠자리 유충도 키워주었다.
찬서리 그 깊은 설빛에도 견디며
잔챙이 붕어, 올챙이, 온갖 생명 품어 두었다
노랑 창포 피는 날에
논고둥 잡던 가시내들은 어디에 있을까.
건너섬 산등성이 꼴딱 넘는 해거름에
달님도 배시시 웃음 지으며 살랑거린다.
앞도랑 지나면 볼 수 있으려나
마음 변하지 않은 보금자리 둠벙이 그립다.
저녁 어스름에 색 바랜 연무 얹어 흐릿하다
어쩌다 별빛 쏟아지면 너는 어디로 갔는지
우리의 혼을 담아놓은 둠벙에 날이 새면
부질없는 매캐한 세월만 야속타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