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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재 이진주 Apr 03. 2024

질문의 힘

소통의 기술

사람과 사람사이의 벽을 허무는 일에는 질문이 특효약이다.

어제저녁에 TV 모 프로그램에서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을 방영했다.

이 부부는 베이비부머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이었다. 무엇보다 부지런함을 중요한 가치로 알고 가난을 가장 큰 두려움으로 알고 살아가고 있다. 그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뼈가 으스러지도록 일에 몰입되어 살아가고 있다. 

잘 다니던 직장을 자존심 때문에 때려치우고 귀농하여 가축을 키우며 쏠쏠한 재미도 있어 힘들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부부는 둘만이 유일한 동반자요 협력자요 질문과 대답의 상대였다.

남자는 이제 나이가 들어 쉼이 필요로 하였고 여자는 경제적인 문제로 늘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서로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대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관계로 비쳤다. 

아내는 아직 대학원에 다니는 두 아들의 취업과 결혼에 최소한의 지원과 도움을 생각하며 현재의 상황을 걱정하고 있고, 남자는 다 성장한 아이들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기에 부부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부모로서의 짐을 내려놓고 욕심부리지 말고 살아가자고 한다. 두 사람 간의 대화는 갈등으로 나타나고 드디어는 말문을 닫아 버리는 심각한 사항으로 변했다. 

아내는 주로 남편에게 질문을 많이 하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여보, 당신은 지금 우리 경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금 이대로라면 우리는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고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을 것 같은데 대책은 있으세요?”

연신 질문을 하게 된다. 하지만 남편은 그 질문에 대해 뾰족한 답을 할 수 없음에 답답해한다. “여보 제발, 나라고 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좀 기다려 봅시다.”하지만 아내는 그런 남편이 답답하기만 하다 “도대체 당신은 왜, 경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이러려면 왜, 다니던 직장을 그 별거 아닌 자존심 때문에 때려치우고 이런 상황을 만들고 있어요?” 여자는 하지 말았어야 할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남자는 회사를 나온 일로 늘 마음에 깊은 상처가 있었는데 여자는 그만 거기까지 건드리고 말았다. 질문의 연속인 아내와 답답함으로 대화를 거절하는 남편의 모습에서 질문의 중요함을 알게 된다. 

제대로 된 질문, 곧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질문이야 말로 대화를 이어가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 대화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서로에게 상처를 보듬어주고 치료해 주는 묘약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질문이 갖는 또 하나의 힘이다.

우리는 어려서 말을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가장 질문을 많이 하게 된다. 

“이게 뭐야?”“왜?”주로 부모에게 자주 묻게 되는 질문이다.

호기심이 많고 경이로움이 많은 아이들의 학습은 이 질문에서 시작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성장해 가면서 이런 질문의 횟수가 줄어들면 이번에는 어른들로부터 질문해 보기를 강요당하게 된다.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봐라?”“넌 궁금한 것이 무엇이지?”또는 선생님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학생은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학생으로 사랑을 받게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점차 질문을 기피하고 많은 질문들을 포기하고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언젠가부터 끊임없이 학습하는 습관을 갖기로 했다. 그런데 학습이란 일이 많은 질문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과연 누구에게 질문을 해야 할 것인가에 또 하나의 물음표를 달아본다. 

나이가 들면서 질문을 하기에 그 대상이 점점 줄어들게 되고 또한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질문의 내용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새삼 이 나이에 누구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혹 질문이 형편없다는 생각이 들 때는 또한 부끄러움이 된다고 생각되어서 질문을 포기하게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어느샌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고 그것을 알지 못해서 궁금할 때 누구에게라도 질문이 필요한데 괜한 자격지심이나 무식함으로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질문을 포기하게 된다. 질문이야 말로 정말 훌륭한 학습방법이고 대화의 기술일 것인데 말이다.

서양속담에 “우리는 나이를 먹기 때문이 아니라 배움을 멈추기 때문에 늙는다.”했습니다. 계속 젊게 살고 싶다면 호기심의 늪에 빠져 보시라 한다. 호기심에는 연령제한이 없다고 한다.

호기심은 질문으로 이어지고 몰랐던 질문을 하게 된다. “FM라디오 주파수는 왜 소수점 이하가 전부 홀수로 끝나나요?”“운동회 때는 왜 청군 백군으로 나누나요?”“개는 왜 한쪽 다리를 들고 오줌을 눌까?” “나비의 혀는 어디에 있을까?”“거북은 정말로 오래 살까?”“북극곰도 겨울잠을 잘까?”“고양이도 땀을 흘릴까?”“기린은 왜 목이 길까?”등처럼 사람들이 궁금해하는지 몰랐던 질문을 받을 수 있다. 우리네 삶에서 질문과 답은 곧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과 가치를 만들어 주는 것 일게다.  우리는 늘 질문을 통해 별 걸 다 알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에 별 걸 다 안다는 잡학피디아로의 나아감도 인생을 알차게 채워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요즘에는 길도 묻지 않는다. 내비게이션이 있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내비게이션은 친절하게도 길을 자세히 안내해 준다. 모르는 문제에 대해 사람에게 묻지 않는다. 인터넷 검색창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지 궁금하면 바로 답을 준다. 보이지 않아도 묻지 않는다. 이제는 그곳에 가지 않아도 더 자세히 좋은 곳을 볼 수가 있다. 그러다 보니 사람과의 질문과 대화가 줄어들었다. 질문을 하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는 점점 단절되어 간다.

사람은 서로의 눈을 마주하며 얼굴을 보고, 그 표정을 읽으며 질문을 통한 대화로 관계를 회복하고 좀 더 나은 삶의 질을 만들어 가게 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손 안의 IT소산물인 기기를 통해서 관계하고 답을 구해 간다. 사람의 눈은 두 개이지만 보이는 각도에서 앞만 볼 수 있기 때문에 뒤에서 일어나는 일은 알 수가 없다. 수시로 뒤를 돌아보면서 살아간다면 약간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그런 사람이 자기 앞에 보이는 제한된 시각으로 보이는 것만 이해한다면 구하는 답을 얻을 수가 없다. 보이지 않는 것은 질문을 통해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질문을 꺼리는 이유의 하나는 내가 어떤 질문을 했을 때 상대방이 나를 얕잡아 보지 않을지, 그런 것을 모르는가 하고 무식이 탄로 나지 않을지 걱정하는 마음이 들어서 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누가 나에게 무언가를 질문해 주기를 바란다. 그것은 상대가 나에게 신뢰를 보내고 답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워 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럴 때 사람은 자존감이 상승하고 우월의식도 생겨 날 것이다. 내가 남의 질문에 답을 해 줄 수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질문을 통해서 답을 얻는다고 한다. 그래서 질문은 상대방의 호감을 가져오기도 하고 인간관계의 질도 좋게 만들 수 있다.

날마다 궁금한 것을 만들고 질문을 많이 하는 습관을 갖자. 그것이 학습하는 습관으로 이어질 것이고 더 많은 인간관계를 형성해 줄 것이다. 

아내의 집요한 질문에 적절한 답을 줄 수 없을 때 아내에게 더 좋은 질문을 던져 보자. 누군가 나에게 질문을 한다면 컴퓨터처럼 정해진 답만을 줄 것이 아니라 하나 더하기 애정과 신뢰와 안심을 덤으로 줄 수 있기에 컴퓨터기기에 질문하기보다는 사람에게 질문하도록 하자. 질문은 엄청난 힘을 가져다줄 것이다.

지금 당장 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이라도 질문하는데 꺼려하지 말자. 또한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람사이의 거리는 가까워질 수도 있고 멀어질 수도 있기에 질문은 솔직하게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말도 안 되는 질문이나 답도 없는 질문을 하여 상대를 곤혹스럽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앞에서 예를 든 부부처럼 상대의 상처를 건드리는 질문은 오히려 안 하는 것만 못하다. 질문은 지혜를 필요로 한다. 아무 질문이나 한다면 자칫 무식하다고 오히려 무시당할 수 있고 대화의 단절과 인간관계의 단절로도 이어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나는 오늘도 내버려진 것처럼 책상에 홀로 앉아 있다. 그리고 궁금한 것이 생기면 인터넷 검색창에 질문을 한다. ~~ 의 효능은? ~~ 이란? ~~ 하는 방법은?....

질문할 상대가 없다. 그래서 점점 인간관계의 질은 떨어지고 사람이 아닌 기기를 통해서 하루일과를 보내고 살아가게 된다. 오늘 하루에 나는 누구에게 한 가지라도 질문해 본 것이 있는가? 생각해 본다. 억지로라도 직원들이 돌아오면 질문 하나쯤은 해야 하겠다 생각한다. 집에 가면 아내에게 질문 하나는 해야겠다. “여보 오늘 하루 동안 어떻게 지냈어?. 관심 가는 일은 무엇이었어?”

친구에게도 전화를 걸어야겠다. 안부를 묻기도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도 일부러 질문하나 해야겠다. 단점이나 상처를 건드리지 않을 질문 말이다.

서로를 사랑하게 하고 감성을 표현하게 하여 우리네 삶의 공간을 아름답게 꾸며줄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큰 힘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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