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기록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 만큼 사랑하지만, 내가 이곳에서의 일을 평생, 말 그대로 죽기 직전 그 순간까지 할 수 있을까? 평생 하고 싶지만, 어느 시점에 더 이상은 못 하겠다고 하는 순간이 올 것만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일이 힘들어서. 몸이 힘든 것과 같은 물리적인 힘듦 말고, 감정적인 힘듦을 버티기 힘든 순간이 올 것만 같아서다. 지금 느끼는 이 모든 감정들을 내 그릇에 담아내고 소화해 내고 담담하게 매일 내 길을 나아가기에는 내 그릇이 작다고 느껴져서다.
병원에서의 일상에는 희망, 사랑과 같은 에너지도 있지만, 분명 슬픔, 분노, 안타까움의 에너지가 공존한다. 그 여러 가지 감정들이 짙은 농도로 한데 모여 있기에 가끔은 버겁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날 새벽, 모두가 잠든 그 깊은 새벽에 말이다. 오후 내내 끙끙 대던 아가들도 어느새 잠에 든 그 깊은 새벽이었다. 밤중에 한 아가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응급 채혈 처방이 났다. 채혈을 해야 해서 조용히 병실에 들어가 커튼을 열었을 때, 아파서 잠에 들지도 못하고 가만히 누워 있던 그 아가와 마주했다. 그리고 그 아가의 눈빛을 본 순간, 내게 남은 것은 슬픔뿐이었다.
하루 종일 곁에서 간호하시느라 고단하셨을 엄마는 잠깐 눈을 감고 아가 옆에 나란히 누워 주무시고 계셨는데, 엄마의 잠든 얼굴에까지도 힘든 기색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엄마의 품에서 작은 손가락으로 엄마의 검지를 감싸 쥔 채로 힘없이 나를 빤히 쳐다보는 아가를 보는 그 순간, 병동의 새벽은 정말로 더 깊어지고 깊어져 버렸다.
오히려 응애응애 울어줘 버렸으면 싶었다.
차라리 나를 보고는 왜 또 왔느냐며 울지.
아파도 너무 아파서 울지도 못하는 아가와, 잠든 얼굴 마저 힘든 얼굴인 엄마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진심과 사랑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다. 정말 이 일은 평생 내가 사랑할 일이면서, 동시에 정말 평생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일이다.
이런 날이면 특히나 글이라는 것에 감사하다. 글이 있어 다행이다.
/ 간호사 김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