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이 지옥이 되지 않으려면, 조리원 Q&A
퇴원 마지막 날까지 산모의 회복이 더딘 편이니
최소 6개월은 육아를 전담하지 말라는 소견을 듣고
병원을 나서 조리원을 향했다.
(외벌이 남편에 독박육아를 해야하는 현실이라
불가능한 처방이었지만)
조리원은 경험에 따라 ‘천국’과 ‘지옥’으로 갈리는데
나는 전자였다.
회복이 덜된 몸으로 입소를 했기 때문에 처음 한주는 먹을 때 빼고는 거의 기절하듯 잠들어 있었다.
직수(아기에게 직접 젖을 물려 수유하는 것)도 하지 않고 젖몸살이 오지 않을 정도로만 유축하면서 푹 쉬었다.
내가 묵었던 조리원은 하루 두번, 신생아실 청소 시간에 필수로 모자동실을 해야 했는데 아기도 처음 한주까지는 모자동실 시간에 잠만 자주어서 고마웠다.
어느정도 정신을 차리고 본격적으로 조리원 생활에 참여한건 2주차 부터.
조리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다른 산모들은 어떻게 지내는지도 슬쩍 둘러봤다.
나처럼 회복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는 산모가 있는가하면 마사지에 올인하는 산모, 프로그램을 통해 교구•보험 셀링에 관심이 많은 산모도 있다.
산후 컨디션과 성향이 다 다르니 어떤게 가장 슬기로운 조리원 생활이다라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조리원이 지옥처럼 여겨지지 않는 방법은 하나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 제정신인 시간을 홀로 가만히 두지 않는 것
조리원에서 눈을 뜨고 있는 동안 드는 감정은 마냥 밝고 희망적이지만은 않았다.
아기에게 잘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서 생기는 미안함, 3시간 마다 수유와 유축을 반복하며 여기저기서 젖양이 적네 많네라는 소리를 듣다보면 드는 젖소가 된 듯한 기분, 현실적인 걱정 등이 떠오르는 순간 우울감이 밑도 끝도 없이 몰려오는 것이다.
이때 내가 찾은 방법은 혼자 있을 땐 제정신을 차리지 않고 무엇이든 홀려 있는 거였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새벽까지 막장 드라마를 봤고 회차가 많은 웹툰을 정주행 했으며 미루어 뒀던 블로그 포스팅도 했다.
모유 수유에 열중하는 산모들도 있는거 같았지만
내 경험상, 그리고 주변의 경험상 추천하진 않는다.
아기가 잘 물지 못하거나 젖양이 충분치 않으면 엄마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거 같아서 또 우울감이 찾아온다.
(모유 수유에 우여곡절을 많이 겪어서
할 말이 많은데 그것도 따로 풀어볼 예정)
이런 수유 문제가 없더라도 밤, 새벽 수유는
무조건 비추.
어차피 나가면 해야하는 거 조리원에서 부터
조급하게 마음 먹을 필요 없다.
그리고 밤잠, 잘 수 있을 때 자둡시다.
조리원 생활에 대해 쓰는 김에
추가로 남기는 Q&A.
지인들과 블로그 댓글을 통해 받은 질문을 몇개 추려봤다.
그중 최대의 관심사는 조리원 마사지.
조리원에 있는 시기에 마사지를 받아야 살이 빠진다는 소리가 있어서 그런지 다이어트랑 연관지어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다.
나의 경우 임신 중에 8kg 가량 증량 했었는데,
병원에서 심한 빈혈로 앓는 동안 5kg이 빠졌고
조리원에서 생활하는 동안 2kg이 빠졌다.
퇴소 후 육아하면서 남은 1kg도 빠져서 아이 낳고 한달 이 되기 전에 원래 무게로 돌아왔다.
조리원 마사지는 계약시 서비스로 넣어줬던 30분짜리 짧은 마사지 뿐이었어서 마사지의 효과는 아니라고 여겨지고 체질, 모유 수유하면서 간식, 야식을 먹지 않았던게 컸다.
이후 조리원을 나와 마사지를 받았는데 그렇다고
체중이 더 줄지는 않았다.
그럼 마사지를 비추하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마사지를 받고 내가 만족했던건 두가지다.
- 늘어난 복직근, 골반 틀어짐 체크
- 오로 배출 활성화
복직근과 출산 후 틀어진 골반은 마사지 받으면서 체크해보고 더 틀어지지 않게 수유 자세에 참고하기에 좋았다.
오로는 마사지를 받기 전에는 찔끔찔끔 끝나갈듯 말듯 나오고 있었는데, 마사지를 받고 난 후엔 다시 왈칵 나왔다.
남은 오로가 한꺼번에 밀려 나오듯 오로가 나온 후
2주뒤에 드디어 오로가 끝났다.
이런 점에서 근육 회복과 자세 교정, 붓기 관리를 목적으로 받는다면 추천.
코로나 전에는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하거나 프로그램이 활성화 되어 있어서 조리원 동기를 사귈 기회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 후로는 식사도 룸에서 따로하고
프로그램도 많이 줄어서 기회가 줄어 쉽지 않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E성향의 산모가 있었다면 주도적으로 모임을 만들 수도 있었을텐데 내 기수에는 나를 포함해 나서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2인 1조로 퇴소 교육을 받을 때 둘째를 낳은 산모와 같이 교육을 받게 됐는데 조리원 원장이 언니, 동생하면서 지내면 좋겠다고 슬쩍 붙여 주려했으나
이미 첫째 때부터 알고 지내는 조리원 동기가 있다는 산모는 육아초보 동생이 생기는걸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조리원 동기가 생겼다면 육아공감을 나누고 어울리는 재미도 있었겠지만 그리 아쉽게 느껴지진 않았다.
꼭 조리원 동기가 아니더라도 지역 예비맘들이 만든 오픈 카카오톡방과 보건소 프로그램, 문화센터 등이 있으니까.
원한다면 언제든 동지는 만들 수 있다.
꼭,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사진 후기말고
조리원 촬영 본아트 후기를 보고 결정하길 바란다.
나는 스튜디오 후기 위주로 보고 본아트 촬영을 진행 했는데 결과물을 받아보고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스튜디오 조명과 세트를 따라가긴 어렵다고 치더라도 구도도 엉망이었고 사진 색감도 90년대 사진마냥 샛노랗고 새빨갛고 쨍해서 너무 촌스러웠다.
50일 사진을 같이 찍어야 앨범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라, 스튜디오를 방문해 50일 사진도 찍었는데 포토그래퍼가 아예 사람이었다.
조리원 촬영은 메인 포토그래퍼 말고 출장전담 포토그래퍼를 보내 찍는 모양이었다.
메인 포토그래퍼가 찍은 50일 촬영본은 마음에 들었지만 본아트 사진은 같은 스튜디오가 맞나 싶을 정도로 퀄리티가 천지차이라 볼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돌아간다면 본아트 촬영안 안할거다.
당연한 소리지만 회복에는 양질의 식사와 수면이 최고였다.
삼시세끼, 간식까지 충분히 산모에게 제공해주고
16시간 이상 잘 수 있게 최소 한 달 이상 조리해줄 수 있다면 자택 산후조리도 좋다.
그게 가능한 가족을 뒀다면 부러울 지경.
내 남편은 밤에는 늦게 자는 자신이 아기를 돌보겠다 호언장담했지만 아기를 낳고 나니 갑자기 새나라의 어린이가 되었는지 나보다 더 일찍 잠들었다.
아기 우는 소리도 듣지 못할 정도로 쿨쿨 잘 주무시는 덕분에 새벽 수유도 결국 내 몫이 됐다.
유니콘 아기보다 더 부러운 유니콘 남편,
나는 일찍이 체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