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에 대한 몇 가지 조언들......
미국 온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돌아갈 날이 두달 남짓 남았다. 한국서 해외 이사로 이것저것 가지고 올땐 신나게 들고 왔는데 갈때 되니 가져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다. 살림을 하던 안하던 집안 살림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한국 들어가서 살집에는 새로나온 가전이나 새 가구를 가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니, 결국은 미국서 쓰던 살림살이 전체를 다른 사람한테 넘기는 무빙으로 결정했는데, 너무 좋은 아이템들을 너무 싸게 넘긴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람이니 어쩔수 없는 마음이겠지 싶다.
어예건, 잘하던 못하던 샌디에고 2년 살이 큰 문제없이 잘 해 온 것을 기반으로, 정착 관련 물어보시는 몇몇 분들에게 조언해 드린 것들을 여기에 공유를 해 보면 어떨까 싶어, 브런치 지면을 좀 빌어본다. 첫 번째, 1년 단기 살이 시에는 해외이사는 추천하지 않는다. 일단 한국서 미국에 오는 단기살이 분들은 대부분, 대학교 exchange로 오신 교수님, 안식년 보내기 위해 오신 교수님, 정부기관에서 나온 연수참여 공무원이나 준 공무원 분들이라는 전제아래 무빙세일을 권해 본다. 중고를 유독 싫어하시는 분들이 있긴 하지만, 1년 살이라면 살림 전체를 나처럼 넘기고 가는 무빙세일을 받아 필요한 것만 조금 사서 사는 것이, 비용 및 시간 면에서 효율적이다. 뭐 물론 경제적인 여유가 많아 다 새것으로 사겠다고 한다면 말리진 않는다. 사실 그게게 제일 이상적인데 현실과 괴리가 있어 그냥 문제일 뿐이다. 무빙세일은 페이스북의 장터, 지역별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 (샌디에고의 경우 sdsaram - www.sdsaram.co.kr) 그리고 네이버 미국을 준비하는 모임인 미준모에 지역별로 매물들이 올라오니 잘 찾아보면 날짜맞고 조건 맞는 경우들이 상당히 있다. 이건 비단 샌디에고만의 일은 아니다. 단기 연수자들의 경우 가는 지역이 많이 정해져 있다보니 수요와 공급이 어느정도 항상 있다. 미국 들어 오기 전에 미리 협의하는 것도 좋고, 들어온 이후 약간의 시간을 두고 매물을 찾아도 가능해 보인다. 물론 살림살이 이동은 이삿짐센터를 부르거나 U haul이라는 무빙전용 트럭을 빌려도 되는데, 아무래도 트럭운전은 대형면허자가 아니면 어려울수 있으니 이삿짐 센터를 권해 본다.
두번 째로 집 take over는 가능하면 하지 않기를 권한다. 미국에 단기로 오시는 분들의 경우 미국내에서 credit (신용점수)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보니 렌트 구하기도 힘든 것은 사실인데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쓰던 살림살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집까지 이어서 쓰게 되면 정작 내가 집을 정리하고 나가야 할 때는 집주인이 급 inspection을 해서 고장나거나 문제 있는 것에 대한 청구를 나한테 할수도 있으니, 아주 깨끗하고 문제 없는 집이 아닌 이상은 집 take over는 권하고 싶지 않다. 영어도 안 되지, 한국서 집을 구해 놓고 와야 마음이 편할 것 같지, 게다가 미리 와 있는 선배나, 후배, 지인 들이 쓰던 집이니 편하게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해서 집을 take over했다가 여러 가지 일로 속상해 하시는 분들을 많이 봐 왔다. 사실 집까지 take over가 되면 집 주인 입장에서는 굉장히 편하다. 중간에 비는 시간 없이 렌트비를 모두 받지, 렌트비를 꼬박꼬박 잘낼 믿을 만한 사람을 알아서 찾아서 채워주지 얼마나 고마운가. 게다가 대부분의 한국분들은 집을 깨끗하게 쓰시는 편이고 또한 그렇게 알려져 있다보니 한국분들에 대한 선호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렌트이후 집을 비워줄 때 기본 청소는 물론 수리까지 모두 해 주고 나가야 하는 것이 기본 디폴트다 보니, 테이크오버 받을때 문제 있는 집을 받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나의 것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리싱(leasing) 오피스가 있는 아파트의 경우는 월 단위 계약도 하기도 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아파트에 상주를 하고 있고 세입자가 바뀔때마다 inspection하고 집 수리를 한 이후 다른 세입자를 받으니, 그런면에서는 리싱 오피스 있는 아파트가 나을 수도 있겠다 싶다.
세 번째는, 정착서비스 사업하시는 분들을 태클걸고자 함은 아니나 굳이 정착서비스를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여기 특히 샌디에고에서 정착서비스를 어느정도 비용을 지불하고 쓰셨던 분들 중, 만족해 하는 사람을 보질 못했는데, 다들 영어가 딸리는 상황에서 도움도 없이 미국에 가서 살수 있겠냐라고 해서 울며겨자먹기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시지만, 영어가 좀 힘들더라도 커뮤니티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기반으로 처리 가능하다. SDG&E, 은행 업무, 아이들 학교 등록, 병원 및 보험 관련, 집구하기, 가구/가전 등 살림살이 구하기, 자동차 구하기 등등 정착 서비스의 영역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긴 한데,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정말 널리고 널린 것이 정보이니 미리 겁 먹지 말고 스스로 준비해 보기를 권해 본다. 아참, 1년 단기 살이시에는 한국에서 나올때 유학생여행자보험을 꼭 들고 미국으로 와, 혜택을 받기를 권해본다. 보험사별로 조금씩 보장 혜택이 상이하고, 이후에 유학생보험 정책이 바뀔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미국내 어떠한 보험들보다도 coverage가 높다. 단지, 미리 내가 돈을 먼저 쓰고 돌려받는 (reimburse)하는 순서다 보니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미국내 보험 중 co pay (특정 의료 서비스에 대해 지급해야 하는 고정 금액) 가 없는 경우는 거의 없고 어느 정도 deductible (본인부담금으로 해석이 되는데, 건강보험 또는 플랜 측에서 건강 관리 서비스에 대한 진료비를 납부하기 전에 본인이 납부해야 할 금액) 이 다 있으니 , 매달 나가는 보험료도 비싼데, 일단 내 주머니서 돈이 또 추가로 나간다.
그리고, 4인 가족 기준으로 코스트코 회원은 필수이다. 개인적으로 벌크로 제품을 사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한국에서 코스트코 한번 안 가본 1인 인데 (양재동 하나로마트랑 이마트 트레이더스도 한번 갔다가 너무 큰 곳에 제품 찾다가 시간이 다 가는 것 같아서, 다신 안 갔다) 미국에서 코스트코는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모든 제품이 top quality에 백화점 수준의 퀄러티냐고 물어보신다면 모든 제품을 다 써 보질 않아서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접해본 많은 식재료들의 퀄러티는 상급이였다. 그리고, 마트에서 볼수 있는 브랜드를 벌크로 조금더 싸게 살수 있는 것들도 있고 커크랜드같은 자체 브랜드 (PB - Private Brand)도 꽤나 퀄러티가 좋다. 안 만드는 게 없는 커크랜드다 (커크랜드는 따로 다룰 예정이다.) 게다가 회원이 되면, 장 보러 온 김에 Gas station에 들어 휘발류도 조금 더 싸게 넣고 살수 있으니 초반에 벌크에 너무 놀라지 말고 회원 가입해 볼만 하다. 최근에 코스트코에도 한국제품들이 꽤 많이 들어오는데, 농심과 삼양의 라면류들, 풀무원 CJ의 냉동식품들, 비비고 햇반, 중소기업의 냉동김밥 등 꼭 한인마트를 가지 않아도 반갑게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있다면 남녀 상관 없이, 아이들이 현지 생활에 잘 적응하고 또한 해당 나라 문화를 빠른 시간 내 이해할 수 있게 돕기 위해서 지역 스포츠 리그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팀에 조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미국 아이들은 정말 운동을 열심히 하고, 운동을 하면서 관계도 많이 만들어 가기에, 미국 들어오면 바로 알아보시길. 아마도,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꼬맹이들이 야구 매치를 하는 것들도 많이 보았을 텐데, 정말 5살 이상부터 각종 스포츠 리그 경험을 시작하니 리그를 임하는 부모나 아이들 모두 정말 진지하다. 울 아이들은 해당 운동을 안해 보았는데, 못하는데 어쩌고 하는 걱정은 많이 안하셔도 된다. 못하면 못하는 데로 잘하면 잘하는데도 팀이 구성이 되어서 배우면서 성장한다. 이런 지역 리그에는 못하는 친구들도 최소한의 시간으로 뛰게끔 규정을 만들어 놓았기에, 못한다고 벤치만 앉아 있지도 않으니 어린 친구들이 더 뛰고자 하는 의지로 연습도 열심히 한다. 뭐, 태어나서부터 뭐든 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기 죽을 필요도 없고,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면 된다. 한국도 유치부나 초등 저학년의 경우 축구, 야구, 농구 등 스포츠들을 많이 접해 보나, 문제는 초등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모든 스포츠 시간은 국영수 학원 시간으로 이동이 되는데, 미국서는 중,고 학년들도 계속 리그를 뛰고, 리그 내 팀코치를 아빠들이 아닌, 중고생이 하는 경우들도 많다. 중, 고생때 공부하기도 바쁠텐데 팀코치를 해 본다라는 점은 사실 너무 큰 리더쉽 경험인 것 같이,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리그들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무지하게 든다.